"지금 어디메쯤/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의자를 내놓겠어요/먼 옛날 어느 분이/내게 물려주듯이"('의자')터틀넥 니트 스웨터에 멋진 베레모, 재킷 윗주머니에 손수건을 꽂고 장미뿌리 파이프를 문 조병화(1921~2003)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60대 때 장 폐색 수술 뒤 타르로 시커멓게 오염된 흉강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아 돌연 담배를 끊었다. 그동안 모은 파이프는 주변에 나눠주었다.1941년 경성사범을 거쳐 명문인 도쿄고등사범을 나왔다. 애초 문학이 아니라 물리학을 공부했다. 학창 시절에는 럭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