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누구나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 있다. 그때 말문을 열어주는 존재는 가장 오래 옆에 있어준 존재다. 만년필이 내겐 그랬다.처음 손에 쥐었던 만년필은 묵직하고 잉크의 흐름이 좋았다. 외삼촌은 어린 내게 만년필에 잉크 채우는 법을 알려줬다. 잉크병에 펜촉을 담고 스포이드식 컨버터를 뽁작뽁작 움직여 잉크를 빨아들이면서 나는 만년필에 매료됐다.사춘기 시절 아버지한테서 만년필을 선물 받으며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만년필로 일기를 쓰고 낙서도 했다. 사용을 멈춘 건 이십대 중반 그 만년필을 잃어버리면서다.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을 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