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치마 입을 때의 관건은 길이도, 핏도 아닙니다
샤넬 2026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단연 드롭 웨이스트 실루엣이었습니다.
Chanel 2026 F/W RTW
Chanel 2026 F/W RTW
어딘가 어긋난 듯한 상체와 하체 비율, 코르티스를 연상시키는 새깅 스타일, 그리고 가브리엘 샤넬과의 연결 고리(드롭 웨이스트 실루엣은 1920년대 플래퍼 스타일의 상징이고, 코코 샤넬은 그 흐름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입니다)까지. 수많은 매거진에서 이 드롭 웨이스트 룩을 분석했지만, 정작 제 눈을 사로잡은 디테일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벨트입니다.
Chanel 2026 F/W RTW
Chanel 2026 F/W RTW
샤넬의 드롭 웨이스트 룩에서 벨트가 빠졌다고 상상해보세요. 왼쪽 올 화이트 룩은 상체와 하체의 구분이 모호해 전체적인 비율이 어긋나 보였을 겁니다.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오른쪽 룩은 컬러 포인트가 없는 탓에 심심하게 느껴졌을 가능성이 높고요. 벨트가 90점짜리 룩을 100점짜리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Zomer 2026 S/S RTW
Zomer 2026 S/S RTW
벨트는 바지에 두르는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런웨이를 보니 그 고정관념은 이제 버려도 좋겠더군요. 마티유 블라지뿐 아니라 수많은 디자이너가 치마와 벨트를 조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샤넬과 비슷한 드롭 웨이스트 실루엣을 선보인 조머부터 살펴볼까요? 허리 라인을 확실히 구분하거나, 화려한 패턴이 들어간 룩의 중심을 잡아주는 용도로 벨트를 사용했습니다.
치마와 벨트의 조합은 드롭 웨이스트 실루엣이 아닌 룩을 연출할 때도 빛을 발합니다. 같은 공식을 활용해 간결하지만 효과적인 하이 웨이스트 룩을 선보인 코페르니가 좋은 예죠. 미니멀한 색깔의 상의와 하의를 매치한 뒤, 새빨간 벨트로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밑단에 드로스트링 디테일까지 더한 나일론 소재 치마와 포멀한 분위기의 가죽 벨트를 조합한 덕에 은근한 믹스 매치를 완성할 수도 있었고요.
Bottega Veneta 2026 S/S RTW
Bottega Veneta 2026 S/S RTW
보테가 베네타의 런웨이에서는 오피스 룩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룩을 연출한 뒤, 기다란 벨트의 끝자락을 한번 꼬아 위트를 가미하는 거죠.
Getty Images
Getty Images
이 조합을 시도해볼 결심이 섰다면, 우선 갖고 있는 검정 벨트를 옷장 속 치마에 매보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청치마를 활용한 ‘데님 온 데님’ 룩도 좋고, 미니멀한 룩에 버클 벨트로 존재감을 불어넣는 것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