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장충단 공원 누구를 찾아왔나/낙엽송 고목을 말없이 쓸어안고 울고만 있을까/지난날 이 자리에 새긴 그 이름 뚜렷이 남은 이 글씨/다시 한 번 어루만지며 떠나가는 장충단 공원'.(1967) 중후한 저음과 바이브레이션이 두드러진 목소리, 게다가 중절모를 쓴 탓에 다들 중년 신사로 오해했다. 하지만 가수 배호(裵湖·1942~1971)는 당시 25세였다.배호는 예명이고, 본명은 배만금. 13세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그 무렵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살던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는 부산의 한 고아원으로 갔다가 이듬해 서울로 올라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