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퇴임을 두어 달 앞둔 최인훈 서울예대 교수를 찾아갔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던 그를 2층 복도에서 마주쳤다. 그는 쏟아져 들어온 봄 햇살을 발로 툭툭 차듯 걸었다. 가볍고 여유로웠다. 어깨까지 내려오던 회색 머리칼이 생각난다. 그가 권했던 녹차와 케이크의 달콤함이 혀끝에 아련하다. 그는 고별 강연에서 "예술이란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돌격 5분 전에 휴식을 취하며 부르는 노래"라고 했다. ▶4·19가 있던 해 가을 세상은 한 치 앞이 어지러웠다. 서울대 법대 자퇴생 스물다섯 최인훈은 600장 분량 '광장' 원고를 한 월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