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에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을 읽고 전율하지 않은 한국인이 있을까? 그런데 그 주술(呪術)적인 구절,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의 '바람'은 무엇일까?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유랑으로 보낸 서정주 시인의 '바람'엔 유랑이 큰 몫을 차지하겠고, 그를 유랑하게 만든 기존 질서에 대한 반발, 낯선 세계에 대한 동경, 그리고 그런 유랑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빈곤, 굴욕, 신체적 고난 등이 모두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 보기에는 하찮을망정 그에게는 온 우주였던 가족을 비롯해 정들고 익숙하고 의지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