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스님과 종로 조계사에서 몇 년을 함께 보냈다. 출신지가 각각 한반도의 동쪽과 서쪽인지라 성정이 안 맞는 것 같으면서도 또 그런대로 잘 맞았다. 패키지 여행은 싫다면서 의기투합한 몇 명과 더불어 두 번에 걸친 배낭여행으로 티베트 라싸와 윈난성 리장을 함께 다녀온 사이이기도 하다. 때로 좋은 한시를 발견하거나 읽을 만한 책이 있으면 긴 문자로 장황한 설명문을 보내주던 그가 어느 날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거래사를 부르며 땅끝 마을을 지척에 둔 유서 깊은 암자로 거처를 옮겼다. 세월은 유수처럼 흘렀다. 올해 단풍도 끝물이었던 지난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