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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만한 몸, 거대한 상어로 마주하는 삶의 진실

페르난도 보테로의 풍만한 몸부터 데이미언 허스트의 거대한 상어까지. 삶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거장들의 전시 3.

풍만한 양감으로 찬미하는 삶
<페르난도 보테로: 형태의 미학>

11년 만에 서울을 찾은 콜롬비아의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1932~2023)의 세계는 여전히 넉넉하고 유머러스합니다. 모든 대상을 과장되고 풍만하게 묘사하는 그만의 독자적인 양식인 ‘보테리즘(Boterismo)’은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꼽히죠. 보테로에게 양감은 단순히 형태를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기념비적인 성격과 관능적인 생명력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전시에서는 바로크 시대 거장 벨라스케스의 작품 등을 재해석한 ‘변주’ 시리즈부터 라틴아메리카의 정서가 깃든 인물화, 정물화, 투우 시리즈 등 112점의 방대한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의 고전적 조형 원리와 라틴아메리카의 지역성을 결합해 빚어낸 팽창된 형태는 우리 삶의 평범한 장면을 풍요로움 속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합니다.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아제르바이잔 바쿠를 거친 순회전의 마지막 여정이죠. 전시는 4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예매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seoul_arts_center

페르난도 보테로, ‘벨라스케스를 따라 그린 시녀들’, 캔버스에 유채, 198×160cm ©Fernando Botero Foundation
페르난도 보테로, ‘얀 반 에이크를 따라 그린 아르놀피니 부부’, 2006, 캔버스에 유채, 205×165cm ©Fernando Botero Foundation
페르난도 보테로, ‘투우사’, 2002, 캔버스에 유채, 120×91cm ©Fernando Botero Foundation

죽음과 직면하는 시간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거대한 유리 수조 속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몸을 담근 상어,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해골, 실제 나비 날개로 만든 성당 창까지. 현대미술의 펑크족 데이미언 허스트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이 열립니다. 허스트는 종교와 과학, 자본처럼 인간이 맹신하는 가치가 비슷한 구조적 토대 위에 있음을 줄곧 직시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주장을 가장 날것에 가까운 방식으로 시각화했죠. 포름알데히드 수조 속 상어로 죽음의 공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은 2012년 영국 테이트 모던 전시 이후 처음 공개되며, 다이아몬드 8,601개로 장식한 해골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와 수천 마리의 나비 날개로 제작한 삼면화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2008)도 함께 소개합니다. 전시는 초기 콜라주와 스폿·스핀 페인팅 형성 과정을 살피는 1부부터, 런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해 미완성 캔버스와 작가의 붓, 작업복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4부 ‘작가의 스튜디오’까지 총 4부로 이어집니다. 6월 28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3·4·5 전시실, 서울박스, MMCA 스튜디오 예약 홈페이지 및 현장 예매 인스타그램 @mmcakorea

데이미언 허스트,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1991, 유리, 채색된 철, 실리콘, 모노필라멘트, 상어, 포름알데히드 수용액, 217×542×180cm, 개인 소장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데이미언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 백금, 다이아몬드, 인간의 치아, 17.1×12.7×19cm, 개인 소장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데이미언 허스트,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 2008, 금박을 입힌 캔버스에 나비와 가정용 유광 페인트, 삼면화, 좌/우: 280.3×183cm, 중앙: 294.3×244cm, 개인 소장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보이는 것 너머를 비추는 한지
<이정진: Unseen/Thing>

사진이 기록 수단을 넘어 사유와 명상 매체가 될 수 있을까요? 사진가 이정진은 한지 위에 붓으로 감광 유제를 직접 바르는 독창적인 아날로그 인화 방식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합니다. 5월 23일까지 PKM 갤러리 전관에 펼쳐지는 전시에서는 아이슬란드의 역동적인 자연을 담은 최신작 ‘Unseen’ 시리즈와 일상의 사물을 따뜻하게 응시한 ‘Thing’ 시리즈를 함께 선보이죠. 이정진에게 카메라는 세계를 기록하는 도구가 아니라 작가의 내면과 외부 세계가 만나는 창에 가깝습니다. 아이슬란드의 검은 화산암과 파도가 담긴 ‘Unseen’에는 자연과 마주할 때 작가가 느낀 내면의 추상적 이미지가 한지 위로 드러납니다. 반면 ‘Thing’은 작가 곁의 평범한 기물이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본질을 드러내는 순간을 포착했죠. 20여 년의 시차를 둔 두 시리즈는 가시적인 것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하며 결국 하나의 지점에서 만납니다. 장소 PKM 갤러리 예약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pkmgallery

이정진, ‘Unseen #55’, 2024, 한지에 젤라틴 실버 프린트, PKM 갤러리 제공
이정진, ‘Unseen #62’, 2024, 한지에 젤라틴 실버 프린트, PKM 갤러리 제공
이정진, ‘Thing 04-30’, 2004, 한지에 젤라틴 실버 프린트, PKM 갤러리 제공
이정진, ‘Thing 03-07’, 2003, 한지에 젤라틴 실버 프린트, PKM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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