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적 영감과 기하학적 디자인,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교한 기술력은 레포시만이 가능한 주얼리 세계를 구축했다. 혁신을 거듭하는 레포시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LVMH 그룹의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레포시(REPOSSI)가 지난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분더샵 청담에서 VIP를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 트렁크 쇼를 열었다. 1957년 설립된 후 3대에 걸쳐 헤리티지를 쌓고 있는 레포시는 1986년에는 프랑스 파리 방돔광장에 입성해 명성을 다졌다. 현대 건축과 예술가들에게서 받은 영감을 추상적으로 풀어낸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하이엔드 주얼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레포시, 서울을 직접 찾은 레포시의 CEO 앤 드 베제롱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2015년 레포시가 LVMH 그룹에 합류한 뒤 2016년부터 사업개발그룹의 디렉터로, 그리고 2020년부터는 브랜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동안 레포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레포시가 3대에 걸쳐 가족이 경영하는 브랜드이다 보니 LVMH 그룹에 조화롭게 흡수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동시에 브랜드의 DNA를 구성하는 중요한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했죠. 레포시는 45년간 동일한 공방들과 함께 일하면서 수공업으로 주얼리를 제작하고 있어요. 브랜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을 유지하면서 더욱 명확히 하고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브랜드를 확장시키는 작업에 많은 지원을 했는데요. 레포시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판단되는 국가를 선점하고자 했습니다. 일본에 스토어 2개를 오픈했고 작년 한국에 첫 스토어를 오픈한 것도 이러한 작업의 일환입니다. 현재는 두바이를 시작으로 중동으로도 뻗어 나가고자 하고 있습니다.
평소 한국 문화나 마켓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요?
한국과 프랑스가 공통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가치가 많다고 생각해요. 핸드메이드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고 애착이 클 뿐 아니라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어 주얼리를 하나의 작품으로 여기죠. 또한 현대미술이나 모던 아트라던지 미니멀리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를 라이프스타일에 잘 적용시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과감히 드러내거나 과시하는 소비보다는 브랜드의 가치를 잘 아는, 일명 ‘콰이어트 럭셔리’를 추구하죠. 이러한 성향이 레포시가 추구하는 가치와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작년 한국에 스토어를 오픈할 당시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이번 트렁크쇼를 개최한 분더샵과는 꽤 오랜 기간 계속 협업을 했습니다. 그동안에 분더샵에서 선보인 피스들은 데일리하게 착용할 수 있는 제품들로 조금 제한적이었죠. 레포시는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인데 그런 부분들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작년 한국에 첫 번째 스토어를 오픈할 때는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는 데에 방점을 뒀습니다. 하이엔드 브랜드로서의 본질을 전달할 수 있도록요.
아직 브랜드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레포시를 소개 부탁합니다.
레포시는 70년 이상의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로 강력한 역사와 노하우를 지녔습니다. 1986년부터 방돔 광장에 입성해 독보적인 주얼리 제작을 이어온 것만 봐도 하이엔드 주얼리 하우스로서 레포시의 아이덴티티와 명성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공방들과 함께 추상적인 영감들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브랜드라 소개하고 싶네요.
브랜드를 대표하는 ‘세르티 수르 비드(Serti sur Vide)’ 컬렉션이 올해 10주년을 맞았죠. 레포시의 다른 컬렉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세르티 수르 비드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 정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클래식 주얼리 코드 ‘솔리테어’를 재창조해 현대적이면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뉴 클래식을 정의하는 컬렉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포시만의 기법인 숨겨진 구조물에 세팅되어 마치 손가락 위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스톤’을 적용했죠. 장인들이 보통 스톤을 고를 때 직접 손가락 사이에 끼워보는데 여기에 착안해 다이아몬드를 배치했습니다. 이어링 같은 경우에도 아래로 주렁주렁 매달리는 스톤을 위로 올려 이어커프 형태로 재해석했습니다. 두 번째는 이러한 디자인을 뒷받침하는 기술력에 있습니다. 바로 ‘베젤’이라는 기술입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스톤을 고정시켜주기 때문에 다이아몬드가 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거죠. 높은 퀄리티의 스톤을 선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고요.
2024 뉴 버전으로 탄생한 세르티 수르 비드의 특징에 대해 알려주세요. 그리고 어떤 취향을 지닌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올해의 컬렉션은 2개의 챕터를 통해 선보일 예정입니다. 1월에 1막을 론칭했고 6월에 2막을 소개할 텐데요. 2024년 뉴 컬렉션은 모나코 왕국의 공식 주얼리 브랜드로 지정되기도 했던 2세대 ‘알베르토 레포시’의 아카이브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컬렉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알베르토 레포시가 추구했던 디자인으로 되돌아가는 거죠. 그 시절을 대표하는 블랙 골드로 제작한 크고 화려한 피스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 기술력을 동원해 심플하면서도 모던하게 풀어냈어요. 세르티 수르 비드 컬렉션은 다이아몬드만 사용해 스톤이 투명한 반면, 이번에는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처럼 유색 스톤을 사용하기로 했죠. 이 역시 2024년 컬렉션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니멀한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노력에 대해 존중하고 장인 정신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에 대해 소개 부탁합니다.
이번 트렁크쇼는 우선 레포시의 대표적인 컬렉션을 가장 잘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레포시만의 고유한 가치와 방돔광장에 입성한 브랜드의 독보적인 퀄리티, 장인들의 수작업에서 비롯되는 기술력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추상적인 디자인을 풀어내는 저희만의 방식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미니멀리즘은 누구나 추구할 수 있지만 디테일에는 매우 큰 격차가 있죠. 이번 트렁크쇼에서 선보이는 컬렉션을 통해 기술력과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레포시만의 차별화된 감각을 경험하기를 바랍니다.
하이 주얼리 시장을 선두하는 레포시만의 비법이 있나요?
주얼리를 착용하는 차별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스톤이 아래로 떨어지는 클래식한 귀걸이를 재해석한 이어커프처럼 말이죠. 이처럼 레포시는 전통을 새롭게 입는 쿨한 방식을 제안합니다. 또한 레포시는 꽉 참과 비어있음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일례로, 세르티 수르 비드의 플로팅 다이아몬드에서 볼 수 있는 스톤 사이의 공간을 저희는 디자인의 일부로 생각하죠. 라 린느(La Ligne)의 초커 역시 두 개의 스톤 사이에 빈 공간이 있는데요. 기하학적 구조와 모던한 실루엣 역시 다이아몬드의 정밀한 배치 덕분에 가능한 것이죠. 이러한 밸런스를 잘 맞춰나가는 것이 레포시만의 접근법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레포시의 컬렉션은 무엇인가요? 그 컬렉션을 활용해 어떻게 스타일링을 완성하나요?
레포시의 모든 컬렉션을 좋아하기는 합니다만 요즘 가장 애착이 가는 컬렉션을 꼽자면 앙티페(Antifer)를 선택하겠습니다. 저는 평소 아이템을 레이어링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앙티페의 브레이슬릿이나 링은 여러 다른 아이템과 쉽게 레이어링할 수 있어서 스타일링하기 편해요. 그날의 스타일링이 쉬워지면 기분이 좋잖아요.
레포시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일단은 더 많은 스토어 오픈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과 교류하고 싶습니다. 중동 시장 확장 계획들도 가지고 있어서 기존 스토어에 이어 아부다비와 리아드에 추가적으로 오픈하고자 합니다. 또한, 스토어 오픈 외에 모던 아트와의 협업을 생각하고 있는데요. 올해 레포시는 퐁피두 센터의 스폰서가 되었습니다. 퐁피드 센터가 올해 말 문을 닫을 예정이라 저희가 마지막 스폰서가 될 텐데요. 레포시의 피스 10개와 퐁피드 센터의 대표작 10개를 연계한 특별한 전시를 준비 중입니다. 이를 통해 레포시가 얼마나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은 지, 그리고 주얼리를 단순한 제품이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여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