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영화에 나온 배우들의 패션을 스타일링의 참고서로 활용하는 요즘, 웨딩 패션을 빼놓을 수가 있나요. 스크롤을 내려보세요! 지금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웨딩드레스 패션과 그 시절 배우들의 풋풋한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어릴 적 멋진 결혼식 장면을 보며 설레던 그 마음도 떠오르고요.
비록 1989년 영화지만 1년쯤은 눈감아주자고요. 너무 아름다워서 빼놓을 수가 없었거든요. 의상 디자이너 줄리 웨이스가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은 줄리아 로버츠의 모습입니다. 미니멀한 요즘 드레스와 달리 곳곳에 달린 꽃 장식이 생경하면서도 사랑스럽습니다. 뽀글뽀글 컬을 살린 헤어 덕분에 러블리함이 배가되었죠.
<다크 나이트>, <툼 레이더>, <007> 시리즈 등 굵직한 작품의 의상 디자인을 담당해온 베테랑 디자이너 린디 헤밍의 작품입니다. 앤디 맥도웰이 입으니 그 클래식함이 더 살아나는군요. 풍성하게 흘러내리는 주름과 손에 낀 두꺼운 웨딩 글러브가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베스트 스타일의 새틴 드레스라니! 클레어 데인즈가 착용한 드레스는 간결해서 더 아름답습니다. 이는 의상 디자이너 캐서린 마틴의 작품입니다(이 영화의 감독 바즈 루어만의 아내이기도 하죠). 면사포나 주렁주렁한 액세서리는 과감히 패스했고요. 덕분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러브 스토리의 진실함이 더 돋보이는 것 같군요.
다시 줄리아 로버츠입니다. 말을 타고 결혼식장에서 도망치는 장면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죠.
하지만 그 시절 줄리아 로버츠의 진짜 매력은 이 포스터에 담겨 있습니다. 실키한 드레스를 입은 채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는 모습!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장난기가 아이코닉하게 드러났죠.
드디어 2000년대로 들어섰습니다. 이 장면은 개봉한 뒤 따로 추가된 장면인데요. 밑단이 치렁치렁하게 늘어지는 일반적인 드레스 대신 꼭 맞는 재킷과 A라인 미디스커트를 입은 산드라 블록입니다.
역시 우마 서먼입니다. 새하얀 드레스에 핑크 슬라이드 샌들이 이렇게 잘 어울릴 일인가요? 정직한 실루엣으로 우아함과 자유로움을 동시에 담아낸 드레스입니다. 소매 부분의 레이스 디테일이 로맨틱 무드를 더하는군요.
앤 해서웨이의 패션 소화력은 이때부터 시작되었군요. 우아하게 틀어 올린 머리, 반짝이는 티아라, 차분하게 흘러내리는 면사포와 페미닌한 네크라인, 은은하게 팔을 감싼 레이스까지. 동화 같은 결혼식의 정석과도 같은 웨딩 드레스 패션을 연출했습니다.
안젤리나 졸리의 드레스는 과하지 않아 아름답습니다. 대신 은은하게 빛나는 소재를 선택해 그녀 특유의 기품에 힘을 실었죠. 진주 귀고리와 자연스럽게 내린 머리, 입술에만 힘을 준 메이크업까지,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화려하고 반짝이는 라스베이거스 감성을 그대로 담은 패션이군요. 카메론 디아즈의 활기 넘치는 표정은 덤! 주렁주렁 흘러내리는 진주 목걸이와 커다란 링 귀고리, 골드 뱅글과 허벅지에 맨 레이스업 벨트를 보세요. 모든 것이 맥시멀합니다. 면사포보다 짧은 길이에 샴페인 컬러를 뿜어내는 웨딩드레스는 슬립 드레스를 연상케 하죠.
드레스 전면을 감싼 하늘색 장식과 층진 레이스 주름을 보니 파도가 떠오르는군요. 티아라 대신 올린 화관 스타일의 액세서리와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발그레한 볼이 목가적인 영화 배경과 찰떡같이 잘 어울립니다.
캐리 브래드쇼를 빼놓을 순 없죠? 과감한 가슴 라인과 풍성한 밑단으로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포인트는 옆머리에 단 커다랗고 새파란 깃털 장식과 면사포를 뚫고 나오는 강렬한 핑크 컬러의 립!
같은 날 결혼하게 된 두 단짝의 미묘한 신경전이 영화의 줄거리인 만큼 결혼식 장면도 아이코닉했습니다. 베라 왕의 같은 오프숄더 드레스지만 실루엣과 디테일에 차이를 둔 점이 흥미로웠죠. 케이트 허드슨은 과감하게 드러낸 톱 라인과 풍성하게 퍼지는 튤 드레스로 관능미를 뽐냈습니다. 우아한 머메이드 라인의 비대칭 드레스를 입은 앤 해서웨이의 모습은 길고 긴 싸움 끝에 한 단계 성장한 그녀의 캐릭터와 잘 어울렸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