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물이 한 사람의 취향과 신체 감각, 감정과 기질을 지배할 때 그것은 우정과 친밀감을 넘어 운명 그 자체로 변한다. 사물은 종종 운명의 창안자 노릇을 한다. 클라라 슈만(1819~1896)이 라이프치히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노 교사이자 피아노 판매상의 맏딸로 태어난 순간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클라라는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죽은 비운의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1810~ 1856)의 아내로 세상에 더 많이 알려졌지만, 본디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피아노 연주자였다.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 교습을 받고, 관현악법과 대위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