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9년 12월은 기상 재변이 잇따랐다. 흰 기운이 하늘로 뻗치고, 무지개가 해를 꿰뚫었다. 섣달인데도 봄 날씨가 이어졌다. 천관서(天官書)에 따르면 이는 병란이 일어나거나 간신이 임금을 덮어 가리는 불길한 조짐이었다. 봄 같은 겨울은 임금이 살피는 것이 분명치 않아 나라의 기강이 풀어져 느슨해진 것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했다. '서경'에 나온다.잇단 재변에 불안해진 숙종이 신하들에게 직접 글을 내려 직언(直言)을 청했다. 이현일(李玄逸·1627~1704)이 '사직겸진소회소(辭職兼陳所懷疏)'를 올려 말했다. "아! 변괴는 그저 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