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탁!마을버스에서 내린맹인 소녀의 지팡이가 허공을 찌르자멀리, 섬에서 점자를 읽고 있던 소년의 눈이갑자기 따가워지기 시작한다도다리가 잠든 횟집 앞무거운 책가방을 든 소녀가 휘청거리며 지나간다오른손에 움켜쥔 지팡이가 갈라진 보도블록을탁! 탁! 칠 때마다 땅속 벌레들의 고막이 터진다허공 어딘가 통점을 꾹. 꾹. 찌르며헛발 딛는 소녀의 종아리가 되어집을 찾아가는 지팡이무수한 길들이종아리 속에 뻗어 있다 ―이설야(1968~ )시각장애인을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문득 숙연해집니다. 그리고 '길'이 옵니다. 저들의 길은 어떤 빛으로 밝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