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를 깎아낸 사람의 전신상(全身像)을 처음 보았을 때 고독하다고 느꼈다. 막대기같이 길쭉한 그 형해(形骸)는 선의나 불의조차 초월한 인간 본질에 가까워 보였다. 존재의 부피와 무게를 거부한 조상(彫像)으로 20세기 최고 조각가 반열에 오른 이는 스위스 출신의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 ~1966)다.아버지 조반니 자코메티도 화가였다. 아버지의 복제판 화집을 베끼면서 그림의 세계로 빠져든 자코메티는 제네바 미술학교를 거쳐 미술공예학교로 옮겨 수업을 들었다. 1922년 1월 9일 파리에 도착한 그는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세례를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