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때, 베를린의 밤은 한국 유학생들이 지켰다. 독일 통일 몇 해 전부터 베를린의 한 경비 용역 회사는 한국 유학생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한국 유학생들은 참으로 듬직했다. 대부분 3년 가까운 군대 생활을 경험한 까닭이다. 유학생들의 입장에서도 야간 경비원은 훌륭한 아르바이트였다. 읽어야 할 책을 잔뜩 싸들고 경비실에 앉아 밤새워 공부하다 오면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수년 동안 그 회사 소속이었다. 1989년,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개혁·개방을 단행하면서 동구권 나라들은 서방 세계와의 국경을 열기 시작했다. 그해 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