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어머니가 소천하셨다. 야속하다 싶을 만큼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평생 우리 모자 관계가 평탄치 않았던 탓이다.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어머니는 유별난 분이었다. 서울여상 재학 시절에는 교복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처럼 허리를 잘록하게 고쳐 입으셨고 몰래 영화관에 갔다가 담임선생님과 마주쳤던 모험담을 일인 다역을 넘나드는 연기력으로 들려주시기도 했다. 끼와 개성을 자랑하던 어머니 삶이 반전을 맞은 것은 나와 동생을 두고 월북하신 아버지가 전쟁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이후였다.갑자기 닥친 풍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