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바쁘니? 안 바쁘면 내 말 좀 들어봐."나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말투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 긴히 의논할 거리가 있다는 듯 속삭이는 목소리와 마른침을 삼키느라 생기는 잠시간의 정적, 긴장을 늦추기 위해 연신 내뿜는 콧바람이 한데 어우러져 불길한 느낌을 자아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았을 때 이건 맞선 보라는 얘기를 꺼내기 직전의 분위기가 아니란 말인가!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가로채며 쌀쌀맞게 말했다. "선보라는 소리 할 거면 됐으니까 끊어." 엄마는 선은 무슨 선이냐며 괜히 이런저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