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보〉(131~146)=숱한 게임 중 바둑의 가장 큰 차별점은 생사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살아 있는 돌을 전략적으로 죽이고, 죽었던 돌들이 거짓말처럼 부활하는 모습은 오직 바둑의 세계에서만 볼 수 있다. 삶과 죽음의 가역성(可逆性)은 돌들의 운신 기능을 무한대로 확장했고, 반상(盤上)이 천변만화의 공간으로 정착하도록 유도했다. 바둑은 삶과 죽음을 무시로 넘나드는 신비의 세계를 체험하는 유일한 통로다.죽어 있던 백 △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조건 잡아야 하는 흑으로선 132 때 133이 유일한 대응. 이 수로 135는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