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리 집엔 일찌감치 안방을 차지한, 다리가 넷 달린 커다란 브라운관 흑백텔레비전이 있었다. 난 그 속에서 나오는 온갖 영상에 정신을 쏙 빼놓았다. 연속극 '여로'는 어른들이, '타잔'은 나 같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보았다. 저녁이면 동네 사람들이 농사일을 끝내고 삼삼오오 우리 집으로 왔다. 그 텔레비전을 보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우리 집은 마을의 안방극장이었다.그리고 집에는 커다란 고무보트도 있었다. 햇살이 반짝이는 날, 냇가에 가져가면 물장구와 물보라는 잦아들고 보트 타는 아이들의 환호가 미루나무 속 매미 소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