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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야 테일러조이 “저는 뭔가를 좋아하면 제대로 좋아해요”

지금 가장 신비로운, 안야 테일러조이.

재킷, 알렉산더 왕. 장갑, 돌체앤가바나. 부츠, 디온 리.

안야 테일러조이를 만나기로 한 날, 초자연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어둑한 하늘에서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약속 장소에는 화살을 날리는 사냥의 여신 다이애나의 조각상이 있었다.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온통 검은색 차림이었고, 옆으로 늘어뜨린 새하얀 금발은 칙칙한 불빛 아래에서 달이 태양을 가린 듯한 은은한 광채를 내뿜었다. 그녀는 우산도 없이 모자나 레인 코트도 걸치지 않았고, 비를 막아줄 구름을 머리 위에 띄운 것도 아니었는데 어째선지 물에 젖은 흔적도,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연기를 시작한 후로 악마적인 마녀나 먼지투성이 별에서 온 반신반인 역을 맡아온 덕인지 비바람도 피해가는 듯한 안야는 유령처럼 음울한 기운이 서린 하이드파크의 장미 정원에 강림하듯 나타났다. 정말이지 우울한 3월의 어느 오후였고, 공원의 오리들조차 때늦은 계절성 우울증을 앓는 듯한 날이었다. 바람에 뒤집힌 우산을 들고 우리는 비를 피할 곳을 찾아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안개 너머에서 쫄딱 젖은 어린아이 둘이 보였다. 매달리듯 조랑말에 올라탄 아이들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기괴한 지옥도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날 안야는 원래 말을 타자고 제안했었다. 그녀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살던 어린 시절 걸음마를 떼기도 전부터 승마를 배웠다. 오리들보다 더 우울해 보이는 아이들을 발견한 그녀는 아쉬워하는 투로 “우리도 말을 탈 수 있었을 텐데요”라고 말한다.

안야는 이런 상황을 즐긴다. 그녀는 “이런 상황을 ‘개’좋아해요”라고 한다. 열여덟 살에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2015년 작품으로 미국 필그림 시대를 배경으로 한 공포물이자 안야의 첫 영화 출연작인 <더 위치>에서 그녀는 진흙탕에서 촬영 장비를 끄집어내는 작업을 돕거나 영화에 함께 등장한 성질 나쁜 염소 찰리를 붙잡고 씨름하기를 즐겼다. 초저예산으로 진행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안야는 현장에서 이런저런 일을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지 알게 되었고,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또한 그녀는 절대로 불평하지 않는다. 사실 딱 한 번 불평을 한 적은 있다. 바이킹 버전의 <글래디에이터>와 비슷한 에거스 감독의 대서사 영화 <노스맨> 촬영 당시, 그녀는 얼어붙을 것처럼 차가운 진흙에 무릎까지 잠긴 상태에서 한 시간이나 대기하고 있다가 끝내 못 참고 “제발 촬영을 시작하면 안 되겠냐”고 호소한 것이다. 촬영진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연기를 시작한 초기에는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일부 “미심쩍은 면”이 있는 영화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밝힌다. 영화 제목 언급은 삼가면서도 촬영 당시 상대 배우가 자신의 머리를 연속으로 바닥에 찧는 장면이 있었는데, 충격 직전에 멈추는 대신 그녀는 실제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결국 안야는 해당 장면을 두 테이크나 찍은 뒤 머리가 멍해진 상태에서 “한 번 정도 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저는 맷집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다치거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계속하게 될까 봐 오히려 약간 무섭기도 해요”라는 그녀는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에 흥미가 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건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여태 큰 문제없이 살아남은 결과 올해 스물여덟 살인 안야는 오늘날 가장 섭외 요청을 많이 받는 배우 중 하나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초대형 블록버스터 크레디트에 두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듄: 파트 2>에는 깜짝 카메오로 출연하며 최근 확정된 3부에 비중 있는 역할로 돌아오기 위한 준비를 했고,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 가>에서는 주연을 맡았다. 쉴 새 없는 액션으로 빼곡히 채운 120분짜리 전작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 이어 조지 밀러 감독이 선보인 후속작 <퓨리오 사>에서 기계 팔을 달고 총을 난사하며 자동차 추격의 선두에 선 안야는, 실제로는 운전면허도 없으면서 촬영 내내 최대한 많은 스턴트를 직접 소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조지 밀러 감독은 <퓨리오사> 촬영 중 안야의 캐릭터가 전투 트럭(워 리그)의 보닛에서 박살 난 앞 유리를 뚫고 운전석으로 뛰어들어야 했던 장면을 떠올린다. “안야의 스턴트 더블인 헤일리의 스턴트를 보며 둘이 참 비슷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서 (세컨드 유닛 감독이자 스턴트 코디네이터인) 가이 노리스에게 그 얘기를 하자 ‘헤일리 아니에요. 안야가 직접 한 거예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런 일이 상당히 자주 일어났죠.”

안야가 연기하는 배역들에서는 어떤 초인적인 끈기가 느껴지지만, 사실 그녀에게 빠져들게 만드는 힘의 정체는 표면 아래 감춰진 인간적인 연약함이다. 그녀는 자신의 연기 커리어에서 이제까지 맡아본 가장 큰 배역이라 할 수 있는 퓨리오사라는 캐릭터가 과거 그녀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와 통하는 면이 있었고, 실제 자기의 모습도 일부 담고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퓨리오사는 절대로 포기하는 법이 없죠. 그런 식의 반항적인 희망이 정말로 아름다운 것 같아요”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안야 테일러조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하다. 실제로 천계에서 내려온 존재처럼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커다란 물웅덩이 같은 눈은 픽사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연상시키고, 눈동자에는 수많은 감정이 잔물결을 일으키며 일렁인다. “공포영화 명작들을 보면 두려움의 대상만큼이나 연기자의 반응 또한 뇌리에 깊이 각인되기 마련이죠.” 영화감독 에드거 라이트는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안야의 탁월한 능력을 1920년대 무성영화 시대의 영화배우와 비교한다. “안야는 표현력이 풍부한 얼굴을 가졌어요. 다른 말로는 관객을 홀리는 얼굴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안야의 비현실적 매력의 원인은 그녀가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따금 <더 메뉴>, <서러브레드> 혹은 <23 아이덴티티> 속의 역할을 맡는다 해도 작품들의 스토리 자체가 너무나 섬뜩해서 마치 리미널 스페이스에서 펼쳐지는 현대판 우화처럼 느껴지곤 했다. 이런 점은 밀러 감독이 <퓨리오사>라는 우화적인 작품에 안야를 캐스팅하도록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퓨리오사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지나치게 동시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피하고 싶었는데, 그런 면에서 안야는 제격이었죠. 그녀에겐 시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이 있어요.”

안야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 멀리 떨어진 땅 혹은 시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판타지 세계의 전투를 영화로 만들 때 비로소 새로운 시선으로 현실적인 문제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마법이라는 것에 강한 매력을 느껴왔어요”라고 운을 뗀 그녀는 “영화의 스토리가 너무 현실적일 경우 사람들이 질문하기를 꺼리기도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은하계 아득히 먼 곳으로 장소를 옮겨 현실과 약간 동떨어진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문제의식을 갖도록 할 수도 있죠”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코트, 루도빅 드 생 세르냉.

<더 위치>는 공포영화로서 흑마술과 편집증에 가까운 종교적 맹신, 그리고 비탄이 부르는 광기를 다룬다. 17세기 미국, 뉴잉글랜드에 거주하던 어느 청교도 가족이 숲속으로 추방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외부의 무시무시한 힘에 의해 가족 구성원이 하나씩 차례대로 희생되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러나 <더 위 치>는 한편으로 10대 소녀의 복수극이기도 하다. 극 중 아기 천사 같은 얼굴을 한 토마신으로 분한 안야는 어둠과 빛을 동시에 발하는 존재인 것이다. 콜백을 받고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는 긴장해서 정신이 없는 탓에 “숨도 못 쉴 것 같지만 일단 한번 해볼게요”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고 하는데, 로버트 에거스 감독은 그때 그녀로부터 어찌나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안야에 맞춰 토마신 역의 콘셉트까지 바꿔버렸다. “안야에게는 폭발적인 에너지 비슷한 뭔가가 있었고, 그걸 알고 나자 토마신을 연기하는 건 청교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누군가여야 하겠다고 깨닫게 되었죠”라고 에거스 감독은 설명한다. “그녀의 해석을 통해 토마신이라는 캐릭터는 죄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과 누군가에게 종속되어 온순하게 굴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힘겨워하고 투쟁하는 면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었죠.”

에거스 감독이 안야에게 토마신 역을 제안한 날, 공교롭게도 그녀는 디즈니 TV 시리즈의 배역을 따냈지만 직감을 따라 <더 위치>를 선택했다. 대본을 읽은 후 내내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배역이 마치 자기를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을 때 드는 특유의 기분이라는 건 나중에야 깨달았다. 당시 열여덟 살이었던 그녀는 촬영을 위해 홀로 캐나다 노던 온타리오로 떠났다. 현장에서는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아 집에 전화를 걸 수도 없었지만 그녀는 조금도 겁먹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외딴 숲속에서 안야는 오히려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안야 테일러조이는 미신도 어느 정도 믿는다. 남편인 말콤 맥레이와는 어느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우연히 처음 만났는데, 그때 맥레이가 그녀에게 생일을 물었다. “4월 16일”이라고 말하자 그는 “알고 있어요. 저랑 생일이 같거든요”라고 대답했다. 안야는 맥레이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못 참고 비밀을 흘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입꼬리를 늘어뜨리며 미소를 짓는다. 그녀는 남편을 두고 “완벽히 최고의 친구”라고 말한다.

결혼식은 2022년 뉴올리언스에서 비공개로 진행했고, 식장에서 둘은 서로에게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심장을 꺼내어 먹을 수도 있을 것처럼 열렬히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실제 심장과 똑같이 생긴 하트 케이크를 서로에게 먹여줬다. 지난 4월 그녀는 생일을 맞이해 남편과 함께 레이지룸을 찾아 벽에 물건을 던진 뒤 길고 극적인 키스를 나누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안야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둘의 집도 비슷하게 조금 다크한 기운이 흐른다고 알려준다. 그녀가 출연한 2019년 판타지 드라마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에 사용된 기괴한 꼭두각시 인형들을 배치해 고딕 느낌을 더했고, <더 위치>에서 까마귀가 가슴을 쪼아먹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사용한 가슴 보호대도 촬영장에서 챙겨와 집에 전시해두었다. 가슴 보호대에는 물감을 뿌려 잭슨 폴록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완성한 작품처럼 보이게 연출했다. “사람들이 우리 집에 왔을 때 ‘대체 어떤 인간이 이 집에 사는 거야?’라고 반응하는 게 제 꿈이에요”라고 그녀는 포부를 밝힌다.

안야와 마법과의 관계는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아르헨티나, 스페인, 영국, 스코틀랜드, 그리고 잠비아 혈통이었고,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안야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동물들에 둘러싸여 유년기를 보내며 <해리포터> 시리즈 책으로 영어를 익혔다. 막내였던 그녀 위로 다섯 명이 더 있었고 그중 셋은 부친이 전처로부터 얻은 자식이었다. “저는 엄청 시끄러운 편이었어요. 언니, 오빠들이 저를 들어올리고선 ‘전원 버튼이 어디 있지?’라고 말할 정도였죠”라고 그녀는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어려서부터 그녀는 자신이 남들과 조금 다름을, 그리고 주변에 별 관심이 없음을 느끼고는 있었다. 하지만 여덟 살에 가족과 함께 런던으로 옮기고 나서는 그런 특이함이 괴롭힘의 표적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로부터 어찌나 심하게 괴롭힘을 당했는지 열여섯 살에는 학교를 자퇴하는 대신 연기에 전념하게 해달라고 부모님께 빌다시피 했다. 당시 그녀는 혼자만 다른 언어로 말을 하는 심정이었다. 애초에 그녀가 영국에 도착하고 나서야 영어를 쓰기 시작한 탓도 있겠지만, 영어에 익숙해진 후에도 주변과의 거리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안야의 모친은 그녀가 아기였을 때부터 사람들이 그녀를 조금 이상하게 여기곤 했다고 기억한다.

우리는 비를 피해 서펜타인 갤러리 가장자리의 카페에 무사히 도착했고, 창밖으로 물이 철벅대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욕조에 물이 넘쳐흐르는 것만 같았다. 안야는 이곳 근처에 위치한 정원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10대 시절 몰래 들어갔던 정원이라고 하는데, 그 안에 있는 피터팬 조각상에서 첫 키스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얘기였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헷갈렸지만 이윽고 피터팬 조각상이 바로 첫 키스의 상대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말인즉슨 안야가 일곱 살일 때 어느 눈 내리는 날 오빠와 함께 정원을 찾아갔고, 그때 폴짝 뛰어 피터팬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는 것이다.

그녀가 우리 뒤쪽의 나무를 가리켰다. 여름방학 기간에 그녀가 그늘 아래 앉아 시간을 보낸 나무다. 그녀는 하이드파크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절망적인 일상에서 도망치듯 강아지를 데려와 몇 시간씩 책을 읽거나 나무를 타며 놀았다. “학교에서는 다들 저를 모든 면에서 잘못된 사람으로 대했어요. 저의 극단적인 성격이 원인이었을 테고, 제 외모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겠죠. 저는 뭔가를 좋아하면 제대로 좋아하거든요. 어떠한 경우에도 느긋하게 적당히 하는 법이 없어요. 그런 점이 사람들에게는 조금 무섭게 보였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에게는 연기도 일종의 피난처였다. 연기를 통해 “저의 존재가 조금 더 말이 되는, 그리고 남들과 다른 저의 모습이 낯설게 보이지 않는” 어떤 장소를 찾으려 했던 것이다. <더 위치>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마침내 그러한 장소에 당도했다는 생각에 진짜로 마법에 걸린 것처럼 마음이 벅차올랐다. 안야는 본인 분량의 재촬영까지 모두 마친 후 홀로 숲을 거닐었는데, 그때 이번 작품이 잘될 거라는 어떤 예감이 들었다고 한다.

의상은 모두 릭 오웬스.

언제부턴가 안야 테일러조이는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들을 소개할 때 “저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년기에 힘든 경험을 했던 만큼 자기 자신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그런 기분이 들게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맹세했다고 한다. “생존 기제로서 자기를 지우거나 폄하하는 법을 배우게 되죠. 알아서 자기 자신을 묻어버리는 거예요. 하지만 제가 깨달은 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스스로 자기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이에요”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그 때문일까, 그녀는 자기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성의 분노를 위해 싸우는 걸로 조금 유명해진 것 같아요. 조금 이상한 말이기도 한데, 제가 폭력을 옹호하는 건 아니거든요. 다만 그저 여성도 똑같은 인간으로 봐달라는 말이에요. 여성이라고 늘 귀엽거나 깔끔한 모습만 보이는 건 아니라는 거죠”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우리는 호숫가를 따라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인근의 한 커플이 안야를 분명히 알아본 듯 우리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안야가 뜬금없이 자신이 폭력을 옹호하지는 않는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그들은 자신들이 아는 안야가 아니라고 생각해버린 것 같았다.)

안야 테일러조이가 처음으로 여성의 분노를 위한 목소리를 낸 건 <더 위치> 촬영 도중이었다. 토마신이 집안에 깃든 악령이라고 매도당한 후 마당에서 질질 끌려가는 장면이었는데, 감독의 원래 지시는 울음을 터뜨리라는 것이었다. 평상시에는 큐 사인이 떨어지면 곧장 눈물 연기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그녀지만, 그때는 눈물이 나질 않았다고 한다. “결국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토마신은 분노에 차 있고 기분이 너무나 안 좋다, 그녀는 비난만 받아왔지만 정작 그녀가 잘못한 건 없다, 매번 울기만 하는 설정은 이제 멈춰야 한다’고”

그렇게 더해진 한 가닥 저항의 행위 덕에 그 장면은 마냥 견뎌내야 하는 괴로움을 묘사하는 데서 벗어나 짜릿하고 열광적인 어떤 힘을 갖게 되었다. 표출된 분노는 작품이 끝날 때까지 스토리의 전개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했고, 결국 토마신이 자신의 종교와 가족들로부터 등을 돌리고 악마와 계약을 하며 영화는 엔딩을 맞이한다. 그녀는 나체가 되어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허공에 떠올라 마침내 자유를 찾는다.

“토마신을 위해 진심으로 기뻐하는 마음이에요. 그녀가 하늘을 날며 살고 싶은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의 세계는 그녀와 맞지 않는다고, 더욱 달콤한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요”라고 그녀는 웃음이 터지는 걸 간신히 참으며 말한다. 종종 그렇게 웃음을 참으며 말하곤 하는 그녀는 <더 위치>의 엔딩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인다.

만약 <더 위치>의 마당에서 끌려가는 장면에 대한 안야의 의견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더라면, 그 후로 그녀가 계속해서 당당하게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맡은 배역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에 그들이 그녀의 의견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녀는 연기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근육을 키워올 수 있었다. 부유한 미식가들의 허세를 꼬집은 2022년 작 다크 코미디 영화 <더 메뉴>에서 안야가 맡은 캐릭터는 애인을 따라 극 중 무대가 되는 레스토랑에 방문하는데, 그것이 실은 자신을 죽이기 위한 애인의 의도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원래 대본에는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른다고 적혀 있었다. “대체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거죠? 저라면 테이블을 건너가서 맨손으로 그 자식을 죽여버리고 싶을 거라고 제 생각을 말했어요”라고 설명하는 안야는 다행히도 마크 마이로드 감독과 상대 배우인 니콜라스 홀트가 자신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었다고 덧붙인다.

<노스맨>으로 에거스 감독과 다시 작품을 하게 되었을 때도 그녀의 주장에 따라 격정적인 분노가 다시 한번 첨가되었다. 극 중 그녀가 맡은 캐릭터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어떤 남성과 잠자리를 갖도록 강요당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녀는 그런 상황에서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생각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답을 찾아냈다. 에거스 감독은 극 중 올가라는 캐릭터가 손에 생리혈을 묻혀 푤니르의 뺨을 후려친 건 안야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하며, 강인하고 저항적인 데다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었다고 인정한다.

안야는 <퓨리오사>를 촬영할 때도 역시 캐릭터의 설득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들을 해보기 위해 수차례나 싸워 나갔다. 밀러 감독은 그녀에 대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확신을 갖고 캐릭터를 지키기 위해 매우 애쓰는 위대한 연기자들 중 하나”라고 평하며, “편집실에서 촬영본을 보며 ‘그녀의 말을 따르기를 잘했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라고 밝힌다.

재킷과 바지, 모두 딜라라 핀디코글루. 신발, 마크 제이콥스. 선글라스, 젠틀 몬스터.

체스 신동에 관한 2020년 넷플릭스 시리즈 <퀸스 갬빗>을 찍을 당시 안야는 그녀의 캐릭터 베스 하먼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더 진솔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들을 동생처럼 여기곤 했다. 언니처럼 지켜주되 일정한 거리는 두는 방식으로 말이다. “저의 과거 캐릭터들은 걷는 법도, 행동하는 법도, 그리고 우는 법도 원래의 저와는 달랐어요. 하지만 베스는 달랐죠. 눈물을 흘릴 때도, 움직일 때도, 그리고 걸을 때도 저의 모습을 투영할 필요가 있었어요”.

안야 테일러조이가 베스라는 캐릭터에서 발견한 건 토마신과 퓨리오사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꽃을 틔울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포기를 거부하는 언더독의 가능성을 엿본 것이리라. <퀸스 갬빗>의 촬영지는 베를린이었는데 그곳에서 그녀는 베를린 특유의 위아래가 뒤바뀐 듯한 분위기와 재미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일요일 오후마다 교회에 가듯 테크노 클럽 베르크하인의 컴컴한 구석에서 홀로 춤을 추며 명상 속에서 안식을 누렸다. 다른 곳에서는 도무지 찾기 어려운 평온한 시간들이었다. 영국의 밤 문화는 타인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는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베를린에서는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나절 정도를 보낸 후 저녁 8시쯤에는 집으로 돌아와 목욕을 하고 스파게티 한 접시로 식사를 마친 후 잠에 들었다가 새벽 4시에 일어나 촬영장으로 향하곤 했단다.

<퀸스 갬빗>은 공개 후 전 세계 6천2백만 가구에서 시청했고, 한동안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그 결과 그녀는 더 이상 익명성 뒤에 숨어 지낼 수 없게 되기도 했다. 자신의 실제 모습을 모조리 쏟아붓듯이 투영했기 때문일까, 그녀는 2020년 뉴욕시를 방문했을 때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음에도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경험을 했다. 걸음걸이만으로도 알아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나타날 때마다 소란이 이는 현상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계속되었고, 거의 1년 가까이 지나 <라스트 나 잇 인 소호>의 베니스 영화제 프리미어 날에는 걸어서 10분이면 갈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출연진이 차량을 이용해야 할 정도였다고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말한다. 안야를 보기 위해 유리창에 달라붙다시피 하는 군중 때문에 자동차가 제대로 움직이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공공장소에서 유명인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연못에 번지는 잔물결”이다. 적어도 안야가 본인의 경험에 비춰 시적으로 표현하는 바에 따르면 그렇다. 나는 그녀와 함께 다니며 그녀보다 훨씬 앞서 그러한 잔물결이 일어나는 걸 수차례 눈치챘다. 사진을 부탁하기 위해 우리를 따라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녀가 지나갈 때 입이 떡 벌어진 사람들도 있었다. 안야는 누가 어디에서 봐도 단번에 안야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존재다. 다만 정작 그녀는 자신을 쳐다보는 그 많은 시선을 모른다. 콘택트렌즈를 끼고 나오는 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살짝 흐린 시야로 돌아다니는 덕에 주시받는 느낌의 압박으로부터 초연해질 수 있다. 그녀는 지난 주말 친구와 함께 버로우 마켓에 위치한 크리스털 상점을 방문했는데 붐비는 장소에 그녀가 일으킨 파문을 애써 모른 체했다. 이런 상황이 <퓨리오사> 이후 더욱 심해질 거라는 사실은 그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어느 시점이 되면 그저 모른 체하는 것도 어려워지겠죠. 그래서 그냥 지금을 즐기고 있어요”

안야는 <퀸스 갬빗> 본편에서 편집된 장면 중 하나를 지금도 생생하게 회상한다. “제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가 아닌 진짜로 운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베스가 중요한 기회를 완전히 날려버린 직후의 상황이었죠. 베스는 숙취에 시달리고 있었고, 굉장히 자기 파괴적인 순간을 묘사한 장면이었어요. 사실 저에 대한 이미지가 고착될까 봐 이런 얘기들은 조심하는 편인데, 자기 혐오를 마주할 때마다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그녀는 오래전부터 반복해서 꾸는 꿈이 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세상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마치 콘크리트를 뚫고 데이지가 자라나듯이 그녀가 세상을 재건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꿈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제가 잘 해내거나, 그렇지 못하면 사라지고 말 것 같은 상황에 계속 놓이게 돼요”라고 털어놓으면서도 아직 자세히는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다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거창하고 뜬금없고 불확실한 얘기를 해버렸네요. 신비주의 전략처럼 보일 수도 있겠어요”라고 사과한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안야와 함께 <23 아이덴티티>를 촬영하던 중 그녀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녀가 두려움의 대상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인지, 오히려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인지. 그녀는 후자라고 대답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대체 무엇을 향해 돌진하는 건지 묻자, “성장을 향해 달려가는 거죠. 이건 다시 한번 결국 불편함에 관한 얘기예요. 무언가를 바라보며 ‘내가 이걸 어떻게 해내지?’라는 생각이 들 때 생겨나는 마법과도 같은 느낌이 있죠. 저는 늘 공포의 대상을 곧장 직면하고 정면으로 돌파하곤 했어요. 두려움이란 존재에게 송곳니를 길러 들이댈 기회를 추호도 주고 싶지 않거든요”라고 설명한다.

분수대 앞에서 그녀는 담배에 불을 붙이기 위해 잠시 말을 멈췄다. 햇살이 구름에 구멍이라도 낸 듯 그 사이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안야는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대화가 격렬해진 거 아니냐며 큰 소리로 혼잣말을 한다.

안야 테일러조이는 머리부터 입수해 다이빙하며 연못에 물결을 만들어냈다. 칙칙한 초록색 나무와 풀 따위를 배경으로 그녀의 금발 머리가 부채처럼 펼쳐졌다. 수온이 9도를 조금 넘긴 상태로 낮은 편이었기 때문인지 연못 가장자리 쪽에 모여 있던 여성들이 흥분으로 인한 비명(“내 피는 따뜻해!” 또는 “심장 박동이 느껴져!”)을 내지르거나 아직 물에 들어가지 못한 채 소리 없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천연 수영장인 켄우드 레이디스 폰드는 모계사회의 유토피아 같은 곳이다. 게시판에는 지역 도서관에서 열리는 에너지 힐링 모임이나 꽃꽂이 워크숍 또는 요가 수업 등을 알리는 전단지가 붙어 있다. 풀밭에서는 나이 든 여성이 옷을 갈아입다 잠시 멈춰 나체로 기분 좋게 볕을 쬔다. 여성 전용 오아시스라 해도 좋을 이곳에 입장하며 그 광경을 목격한 그녀는 나지막하지만 열광적인 목소리로 “좋아!”라는 탄성을 내뱉는다.

의상은 모두 앤 드뮐미스터. 목걸이, 엠마누엘레 비꼬끼. 초커, 마리아 닐스도터.

그날은 우리가 처음 만난 날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지난 일요일 아침이었다. 우울하고 우중충한 분위기에 대한 안야의 애착에 부응하듯 강풍이 불어 햄스테드 히스 공원이 일부 폐쇄된 날이기도 했다. 밝은 빨간색 디올 스윔 수트로 갈아입은 안야는 누가 알아차릴 틈도 없이 물에 들어가며 일상에서는 드물게 맞이하는 위안과도 같은 시간을 즐긴다. 몇 시간만 지나면 그녀는 또다시 다음 일정인 시네마콘 참석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라스베이거스로 정신없이 날아가야 할 테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에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속에서 미소 띤 얼굴로 몸을 돌려 수면 아래 잠긴다.

<퓨리오사>는 원래 조지 밀러 감독이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출연진에게 일종의 배경 서사로 제공하기 위해 쓴 스토리였다. 2015년 개봉한 <매드 맥스>는 맥스 역에 톰 하디와 퓨리오사 역에 샤를리즈 테론을 출연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2억 5천만 파운드의 흥행 실적을 거뒀고, 21세기 가장 위대한 액션 영화 중 하나로 평가되며 일각에서는 <매드 맥스>를 최고의 액션영화로 꼽기도 한다. 후속작은 모계사회인 녹색의 땅에서 출발해 젊은 퓨리오사가 납치 당해 황무지의 군벌인 (크리스 헴스워스가 연기한 기운 넘치는 빌런) 디멘투스에게로 끌려가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퓨리오사는 목숨을 걸고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고, 그렇게 화려한 추격전을 벌인 끝에 <매드 맥스: 분노의 도 로>가 시작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영화의 막이 내린다.

밀러 감독은 그가 전작에서 테론을 보며 느낀 것과 동일한 회복력을 안야에게서도 발견했다고 말한다. “(퓨리오사 역에는) 독기 어린 배우가 필요했어요. 안야는 어려서부터 발레를 했고, 발레를 익힌 사람들은 신체와 정신이 강인하게 단련되어 있기 마련이죠. 고난도 액션을 전부 소화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불굴의 정신력이 내재되어 있다고 할까요. 안야는 제 직감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해준 거나 마찬가지예요”라고 덧붙였다.

조지 밀러 감독은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단 한 문장으로 영화를 축약해 슬로건처럼 미션 스테이트먼트를 정립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퓨리 오사>의 경우 영화의 미션은 ‘극한에서의 생존’이었는데, 호주에서 진행된 겨울 촬영이 얼마나 육체적으로 힘겨웠는지를 잘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턴트 장면보다 힘들었던 건 너무나도 낯설고 이질적인 땅에 수개월씩 머무르며, 거리가 텅 빈 새벽 3시부터 촬영하고 평범한 사람이라곤 만날 일 없는 상황으로부터 느낀 깊은 고립감이었다.

안야 테일러조이는 <퓨리오사>라는 영화 자체가 마치 다른 사람이 잡아줄 것을 믿고 그대로 넘어지는 신뢰 게임 같았다. 밀러 감독은 그녀에게 시종 “워 마스크”를 쓴 것처럼 표정을 유지하라고 지시했고 대사도 비교적 적게 할당했는데, 그녀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말을 할 때 지나치게 순진무구하게 보인다는 감독의 판단 때문이란다. 그래서 사실상 눈빛으로만 모든 연기를 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저는 눈이 얼굴 표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잖아요. 그러니 제 눈이 제 역할을 잘했기를 바랄 뿐이죠”라고 그녀는 담담하게 말한다.

영화의 절정부 액션 장면은 3일에 걸쳐 촬영되었고, 안야는 그때도 다시 한번 여성의 분노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다. “퓨리오사와 디멘투스의 전투를 육체적으로 풀어내는 게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했어요. 그리고 결국 승리하더라도 그 승리가 힘겹게 쟁취한 것이어야 했죠. 퓨리오사에게는 그게 필요할 것 같았어요. 제 캐릭터가 안에서부터 흉포하게 변해가며 폭력에 가담한다는 사실에 약간의 갈등까지 겪는 변화의 과정에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거죠. 촬영을 마치며 안도감이 들더라고요”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퓨리오사>를 계기로 안야의 안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여성의 분노를 위해 싸워왔다고는 하지만, 정작 저는 화가 많은 사람이 아니었어요. 저는 오랫동안 다른 사람을 위해서만 화를 내왔죠. 제가 뭔가를 잘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저를 안 좋게 대한다면 그건 저에게 잘못이 있기 때문일 거라는 사고방식을 내면화해왔던 거예요. 그래서 저는 <퓨리오사>에게 고마운 마음이 굉장히 커요. 제가 정말로 저 자신을 위해 화를 내기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거든요. 남편은 ‘당신이 이렇게 반응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라고 말했는데, 저는 거기에 대해 ‘다행이네! 내가 화를 내서 너무 다행이네!’라고 대답했죠. 이제는 누군가 제 감정을 상하게 한다면 곧장 욕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렇게 하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다만 딱 하나 안야도 관철시키지 못한 게 있는데, 바로 퓨리오사가 디멘투스의 혀를 잘라내는 장면을 최종본에 남기는 것이었다. 밀러 감독보다 더 극단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제안하고 설득해서 촬영한 장면이었다. 결국 편집되긴 했지만 다행히 소품팀에서 여분의 혀 모형을 만들어주었고, 그녀는 현재 집 어딘가에 플라스틱 상자에 담긴 디멘투스의 혀를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물에서 빠져나왔고, 그녀는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며 털양말 신은 발을 진흙투성이 타비 뮬에 밀어 넣었다. 그날 그녀는 반짝이는 진자주색 인조 가죽 코트에 검은색 마이크로 선글라스를 걸친, <매트릭스> 시리즈의 등장인물을 그대로 빼닮은 듯한 일종의 메소드 코디를 하고 나타났다.

봄을 목전에 둔 것 같은 기운이 희미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안야는 계절의 변화를 감사하는 마음을 처음으로 가져보았다고 한다. “하루에 나무가 푸르게 물들다시피 하는 걸 봤어요. <퓨리오사>를 찍으면서는 1년 내내 겨울에 머무른 셈이었고, 제가 추위와 동면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나무나 풀이 시들어 죽는 광경만 바라보고 지내면 마음이 황폐해지거든요”라고 그녀는 얘기한다.

그날 아침 안야는 프레드 어게인의 음악을 들으며 개최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글래 스톤베리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감에 들떴다고 한다. 최근 들어 그녀가 저항만큼이나 자주 생각하는 단어가 있는데, 아마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계속 떠올릴 단어인 듯하다. “저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요. 즐거움에 겨워 흥청대고 싶은 거예요.” 우리는 수영장을 나섰고, 안야가 쓴 머스터드색 털모자에 달린 토끼 귀가 걸음에 맞춰 머리 뒤에서 위아래로 흔들렸으며, 그녀는 아랫입술에 담배를 걸친 채 “우리는 너무나도 건강하잖아요”라는 한마디를 더했다.

지난해 여름 배우조합 파업이 있기 얼마 전의 일이다. 안야의 남편은 그녀에게 조금도 쉬지 않고 다음 작품을 바로 하면 번아웃이 올 것 같다는 식의 불평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제가 얼마나 스스로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어요”라고 입을 뗀 그녀는 역치에 관한 얘기를 하며 아이들 놀이인 머시(Mercy; 두 사람이 손가락을 걸고 상대가 고통에 못 이겨 항복을 외칠 때까지 손가락을 비트는 놀이)를 언급한다. “저는 아무리 힘들어도 항복이라는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코트, 지방시. 브래지어, 엘리사 포피. 장갑, 아니엘. 안경, 메종 마르지엘라 × 젠틀 몬스터.

안야 테일러조이는 <더 고지(The Gorge)>까지만 촬영하고 휴식을 갖기로 남편과 약속했다. 지난해 봄 촬영을 시작한 <더 고지>는 안야와 마일즈 텔러가 거대한 협곡을 지키는 경비병으로 등장해 정확히 무엇을 지키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경비를 보는 내용의 작품이다. 그녀는 촬영을 하며 팬데믹으로 인한 락다운 기간 동안 우리 모두가 겪은 고립감이 다시금 떠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락다운 대부분의 기간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해왔다. 영국 내에서 촬영을 재개한 첫 영화들 중 하나인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 출연했고, 그 다음에는 북아일랜드로 넘어가 <노스맨>을 찍었다. 다만 이번에는 휴식을 갖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배우 파업 때문에 여름 동안 강제로 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 해도 언제까지나 쉬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영장에서 만나고 몇 주 후 안야가 크리스 에반스, 브랜든 프레이저와 함께 로맹 가브라스 감독의 첫 영어 영화 <새크리파이스(Sacrifice)>에 출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발표되었다. 게다가 안야는 <퀸스 갬빗>에서 각본과 연출을 맡은 스콧 프랭크 감독이 준비하는 신작 <어둠 속의 웃음소리(Laughter in the Dark)>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어둠 속의 웃음소리>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연상의 미술평론가와 뒤틀린 관계에 빠져드는 10대 소녀에 관한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주인공 소녀는 제가 지금껏 연기한 어떤 캐릭터와도 달라요. 본인의 섹슈얼리티를 최대한 활용해 이른바 ‘남성 중심 세상’을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인물이죠”라고 설명한다. 안야는 프랭크 감독, <퀸스 갬빗> 제작진과 다시 한번 베를린에 모여 후속 시즌을 만들어보고 싶다고도 말하지만 그건 기약이 없어 보인다.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음에도 어째선지 넷플릭스에서 추가 시즌 제작을 포기했다는 것이 프랭크 감독의 말이다.

물론 세간의 가장 큰 관심은 안야가 <듄>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에 등장할 것인가에 쏠려 있을 테다. 인터뷰를 위해 몇 차례 만나는 도중 그녀의 출연에 관한 기사가 나긴 했지만 그녀는 아직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지금으로서는 저도 확실히 알 수 없어요. 다만 그렇게 되기를 모두가 희망하고는 있죠”라는 정도의 대답만 돌아온다. 그럼에도 그녀는 <퓨리오사>와 <듄: 파트 2>에 이어 아직은 모래사막에 좀 더 머물고 싶어 하는 듯하다. “저는 이제 준비가 되었어요. 훈련도 전부 마쳤죠. 작품에 대한 준비는 직접 작품을 해보면서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그녀는 털어놓는다.

그 준비, 훈련의 기회는 길고 긴 겨울이 끝나갈 무렵에야 찾아왔다. <퓨리오사> 촬영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더 메뉴> 프레스 투어를 돌며 수개월간 “손마디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정신없이 일정을 해치운 뒤 로스앤젤레스 집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드니 빌뇌브 감독이 전화를 걸어 비행기를 타고 촬영장으로 와달라고 부탁했다.

안야가 나미비아에 도착했을 때 그녀를 맞이한 건 비밀유지 서약을 한 최소한의 인원으로 꾸린 <듄: 파트 2> 촬영팀이었다. 아라키스의 사막에 거주하는 원주민 전사들인 프레멘의 도움을 얻어 아라키스 행성을 정복하기 위해 영화 내내 싸우는 폴 아트레이데스의 여동생으로, 아직 태아 상태지만 텔레파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에일라 아트레이데스 역을 맡은 안야의 등장 분량은 대략 1분 정도였고, 그녀의 카메오 출연은 극비사항이었다.

“모래언덕을 걸어본 적 있나요?”라고 질문을 던진 그녀는 촬영 도중에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기 위해 휴대 전화 사진첩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듄: 파트 2>의 촬영팀 또한 이미 수개월 째 모래의 땅에서 마치 모터바이크를 몰고 질주하듯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버텨온 탓에 기진맥진한 상태였으리라. 안야가 보여준 사진들 속에서 그들은 설탕으로 쌓은 황금빛 산을 행군하는 개미들처럼 카메라 장비를 짊어지고 힘겹게 모래언덕을 타고 있었다.

“모래로 만든 산 같았어요.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굴러 떨어지죠. 촬영 중반부쯤 진짜 힘든 순간이 있었는데, 한 명도 빠짐없이 ‘이젠 도저히 못 하겠다. 다 포기하고 싶다’는 심정이었다고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안야 테일러조이는 지금이 아닌 다음에 올 무언가를 좇는 습관이 있고 그 습관을 떨쳐내는 게 어려웠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그렇게 경계에 놓여 살아가는 걸 좋아하며, 그런 삶에는 아주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여긴다. 그렇지만 사막의 모래언덕 꼭대기에서는 저항과 기쁨 중간 지점에 위치한 일종의 해방감을 맛보기도 했다. 절벽 가장자리에 놓인 것과도 같은 기분으로 가만히 서 있자니, 모래가 자신을 떠받치고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언덕 가장 높은 곳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우리 모두 그냥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았던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도 잠시, “잊지 마! 너는 빌어먹을 프레멘이야!” 정신이 바짝 드는 빌뇌브 감독의 외침이 들려왔고, 그제야 안야는 뛰어오르듯 앞을 향해 박차고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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