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바, 밤, 바.
홍콩은 거대한 딤섬 찜통처럼 더웠다. 더 마마스 & 더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 절절 끓는 7월의 홍콩에서 유일한 구원을 구하는 길은 오직 한마디. “Can I get a drink?” 현시점 바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어워드,
‘Asia’s 50 Best Bars’ 시상식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홍콩에서 열렸다. F&B업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모두 모여 형성한 난기류에 잠시 어지러웠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데, 올해는 그보다 더했다. 아시아 전역의 다이내믹한 바 신의 흐름이 올해 더 또렷하게 목격되었다. 총 18개 도시의 리스트 중 11개 도시에서 새로운 바가 등장했고, 3년 내내 1위였던 바 ‘COA’가 내놓은 자리에는 오픈한지 겨우 1년 된 ‘Leone’가 바통을 이었다. ‘서민을 위한 칵테일, 사람을 위한 칵테일’이라는 이탈리아
칵테일의 본질을 중심에 둔 가장 사람다운 바, 그리고 칵테일. 레오네가 순위 첫 진입과 동시에 1위로 등극하는 모습을 보면서, 갓 오픈한 그곳에 들어섰던 작년의 기억을 소환한다. 시그너처인 레오네 마티니는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했고,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잊었고, 무엇을 잊어선 안되는지 깨닫게 했다. “결국은, ‘Back to classic’인가”.
한편, 한국 바텐더 군단이 보여준 열기는 2002년 월드컵을 소환하는 듯했다. 한국 바 최초, 최고의 기록으로 2위에 등극한, 진정성 있는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제스트’는 동시대 바 신의 현재이자 미래다. 여전한 저력을 보여주는 바 참, 앨리스, 르 챔버, 뉴 엔트리 파인앤코, 소코, 공간, 찰스 H. 역시 매콤한 코리안 파워를 증명했다.
홍콩 F&B 신은 그사이 더 흥미진진해졌다. 바와 다이닝의 신이 얽히고설켜 유의미한 시너지를 내고 있는데, 가령 바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TATE Dining Room’과 협업한 ‘The Savory Project’의 아짓 구룽, ‘Vea’에서 기발한 페어링을 선보인 ‘The Opposites’의 안토니오 라이, 광동 요리 노포 ‘Ser Wong Fun’에 뱀술이나 광동 전통 기반의 창작 칵테일을 매치할 줄도 알고, 두부를 영감으로 한 그린 스타 ‘Mora’에는 두유 칵테일을 낼 줄도 아는 ‘Kinsman’의 개빈 영 등은 무엇이 더
새로울까 싶던 홍콩 F&B 신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유쾌한 악동들이다. 홍콩에 갓 데뷔한 신고 고칸의 새로운 바 ‘GOKAN’, 옛 홍콩을 기묘하게 버무린 ‘LOCKDOWN’도 주목할 만한 다크호스다.
“Cocktail is Universal Language” 칵테일 말고 그 어떤 언어가 우리에게 필요할까. 잠 못드는 홍콩의 밤, 우린 말하지 않고도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