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men
무심결에 부모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행동 5
2023.06.13by 주현욱
일단 “이게 다 한국 돈으로 얼마냐?” 묻는 것 금지.
비행기, 숙소만 예약하고 훌쩍 떠나는 여행에도 낭만이 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절대 금물. 목적지와 그날의 일정을 모두 꼼꼼히 미리 계획하자. 파워 P라 할지라도 가족 여행만큼은 조상님의 J력까지 끌어모으는 거다. 관광지, 식사 장소, 카페, 기념품 리스트까지 A~D 안까지 준비해 두고 이를 가족에게 미리 공유한다.
스톱오버는 항공료도 저렴하고 도시 하나를 더 들를 수 있어 마치 보너스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해외 여행이 익숙하지 않거나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족은 다르다. 비행기를 버스나 지하철처럼 환승한다는 개념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긴 대기 시간이 괴로울 수도 있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혼란이 분노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서로의 피곤이 누적되는 상황은 피하자. 비용을 조금 더 내더라도 반드시 직항 항공편을 선택할 것.
가족과 여행을 할 때 가장 이상적인 숙소는 3성급 이상 호텔이다. 아무리 좋은 에어비앤비도 “왜 돈을 내고 남의 집에서 잠을 자야 하는지”, “생활감이 있어 불쾌하다” 등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화장실 어매니티와 룸 서비스 등 호텔에서만 제공하는 서비스가 없다는 사실도 부모님에겐 불편으로 다가온다. 가장 문제인 건 조식이다. 아침을 먹기 위해 숙소 주변 산책하러 나가야 하거나, 아침을 건너뛰어야 하는 상황은 절대 피하자. 조식을 숙소에서 준비해 주지 않는다면 가족 중 누군가는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여행 중 낯선 현지 문화와 마주했을 때 즐거움을 느끼는 건 일부 사람에 한정되는 이야기다. 피로감을 느끼거나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서로의 다른 모습은 결국 싸움을 유발한다. 부모님이 여행지를 잘 모르고 계신다면, 국내 정서와 다른 해외 문화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당신의 역할은 ‘잘해야 본전인 비공식 가이드’다. 가이드의 본분이 무엇인가. 여행자가 최대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힘쓰는 일이다. 현지 맛집에서 30분 이상 줄을 서는 것은 혼자, 또는 친구와 여행할 때나 감수할 수 있는 시간이다. 가족과 함께 할 때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해도 “이걸 먹으려고 이만큼 기다렸던 거냐”는 핀잔 이상을 듣기 힘들다. 포기하자. 전시, 공연, 쇼핑 모두 마찬가지다.
하루쯤 전문가에게 여행을 맡기자.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은 때로 길 위에서 찾는 즐거움보다 함께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할 때가 많다. 근교 도시를 여행하거나, 도시의 주요 관광지를 알차게 돌아볼 수 있는 데이투어 상품은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최고의 선택이다. 에어컨 또는 히터가 잘 갖춰진 전용 차량에 앉아 있다가 안내하는 관광지로 인도하는 데이투어는 가족과의 여행을 훨씬 편안하게 해준다.
이틀에 한 끼는 한식을 먹는 것을 추천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음식이다. 낯선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모님께 ‘현지식을 먹어야 진짜 여행’이라 훈수를 두어봤자 서로 감정만 상할 뿐이다. 고추장, 컵라면, 누룽지, 깻잎 통조림을 챙기거나 한식 음식점을 일정에 포함한다. 익숙하고 편안한 맛으로 배를 든든히 채워두면 예민함이 누그러지기 마련이다.
부모님도 자식과 하는 여행이 편하지만은 않다.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손꼽히는 이유는 ‘애들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일정과 지도를 보기 위해 스마트폰을 봐야 하는 때가 아니라면 잠시 내려놓자. 처음엔 낯설더라도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귀한 시간이다. 부모님과 함께, 새로운 장소에서, 다채로운 상황 속에서 사진을 남길 일은 앞으로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여행을 이끄는 과정은 고될지라도, 추억은 가치 있다. 시간이 갈수록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SNS에 업로드하기 위한 자기 사진보다 가족과 오래 공유할 사진을 최대한 많이 남겨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