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이안, 그리고 아틱. DPR 2막 1장.
GQ 평소에 셋이서 대화를 잘 안 한다고요?
CR 할 때는 엄청 깊게 하고 안 할 때는 몇 주 동안 안 해요.
AT 서로 적당한 거리도 필요한 것 같아서요. 맨날 너무 붙어 있으니까.
GQ 그래도 몇 주는 너무한 거 아니에요?
AT 근데 할 얘기가 정말 많이 없어요. 다 남자들이라서.
GQ 그래서 오늘은 서로에게 궁금한 질문을 준비해오기로 했잖아요. 인터뷰라기 보다는 DPR의 추억을 슬쩍 들춰보고 싶었거든요.
IA 저부터 할게요.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언제야? 전 날씨에 예민한 사람이라 계절이 바뀌면 저도 바뀌어서 가끔 제 자신이 아닌 것처럼도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이 사람들은 어떨까 궁금해요.
CR 지금입니다. 여름. 뭔가 야외 활동하기 좋지 않아요? 햇빛 받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냥 밖에서 커피도 마시고 맥주도 먹으면서 나가 있는 걸 좋아해요.
AT 반대네. 저는 겨울을 좋아해요. 몸에 열이 좀 많아서요.
IA 가을 좋아해요. 공기 냄새에 예민한데, 항상 가을 즈음이 제일 좋아요.
CR 가을에는 어떤 냄새가 나나요?
IA 차가운 풀 냄새가 나요. 가을이 딱 2주 차에 접어들면 딱 일주일 동안 나는 냄새가 있어요. 호주에서 ‘모닝 듀’ 라고 부르는, 새벽에 일어나면 풍기는 공기 냄새가 있는데 호주에서는 그런 냄새가 더 부각되는 것 같아요.
GQ 첫 질문부터 죄송하지만, 같은 DPR 크루라면 좋아하는 계절 정도는 알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웃음)
CR 오히려 알면 이상하지 않아요? 저희 엄마가 무슨 계절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데.(웃음) 우리 엄마, 만약 이 글을 본다면 무슨 계절을 좋아하는지 댓글 달아주세요.
두 번째 질문! 만약 이 일을 안 했다면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예전에는 뭐가 됐든 가르치는 일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뭔가 창작을 해내는 사람이요. 만약에 음악을 안 했다면 조각 목수나 미술가가 됐을 것 같아요.
음식 쪽에서 일했을 것 같아요. 요리 자영업, 장르를 좁히자면 일본 라면?
군인…? 특수요원? 목숨을 걸고 책임이 주어진 걸 진짜 좋아해요. 제 목숨과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잘못될 수 있는 확률이 엄청 높은 하이 스택, 하이 리스크 직업을 택했을 것 같아요.
‘본인이 가장 본인다운 순간’은 언제예요? ‘Be yourself’한 순간은?
혼자 일하고 혼자 살아서 루틴대로 있을 때가 제일 저다운 것 같아요. 혼자 있을 때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거든요. 머릿속이 엄청 명확하게 뚫려요.
엄청 좋아하는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뭔가 시간 가는 줄 모를 때요. 최근에 제 앨범 작업할 때 제가 온전히 제 걸 다 담을 수 있어 좋았어요. 가장 나다운 순간이었죠.
크림은 그동안 프로듀서로만 활동하다가 최근에 플레이어로 나서서 더 의미 있는 앨범이었잖아요. 한 곡 콕 집어서 추천한다면요?
저는 형 노래 중 ‘uzuz’에서 “어질어질 이빨이 빠질 것 같다”라는 가사가 좋더라고요. 중독성이 장난 아니에요.
진짜 많이 취하면 이빨이 흐물거리는 느낌이잖아요. 뭔지 아시죠? 그나저나 쉴 때는 뭐 해? 사실 진짜 잘 몰라서….
저는 주로 LA에 머물러서요.
진짜 안 만나는구나.(웃음) 좀 안 봐야지 쉬는 느낌이 들어요?
쉴 때 아니고는 맨날 보니까 서로 안 보는 게 좋을 수도.
쉬는 날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어요. 집돌이인데 그래도 하루에 한 번은 꼭 작업실 나오는 스타일이에요.
잠시 몰입시킬 겸 게임 했다가 요리하고 그래요. 안 해본 모바일 게임이 없어요. ‘스쿼드 버스터즈’라는 게임도 좋아하고, 옛날엔 황금 돼지라고 불릴 정도 로 ‘카트 라이더’ 진짜 잘했어요.
쉴 때는 친구들이랑 여행 가는 걸 좋아해요. 시간이 없어서 자주 못 가긴 하지만. 강원도 좋더라고요. 고성에서 수영하는 거 좋아해요.
크림이 멤버들에게 궁금한 두 번째 질문은?
냉장고에 뭐 있어? 현재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집에 냉장고가 없어요. 혼자 사니까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다 없애고 조그마한 음료 냉장고 하나 있거든요. 거기에 물이랑 제로 콜라 두 개 들었네요. 무조건 다 배달 라이프스타일이에요.
저는 냉장고 안에 장 본 거 진짜 많아요. 달걀, 양파, 당근, 다진 고기, 치즈…!
우리 할머니 냉장고보다 뭐가 많더라고요.
이안만의 치트키 있어요?
연두. 그거만 있으면 msg 해결이에요. 미국 거라면 안초비 통조림 있죠? 요리할 때 소금 쓰지 말고 통조림 안에 든 기름을 쓰세요. 그러면 맛이 더 깊고 고소해요. 특히 파스타나 빵에 뿌리면 맛이 더 깊어져요.
제로 콜라, 제로 아이스크림, 제로 파워에이드. 그리고 일본에서 사온 도쿄 바나나빵 정도 있습니다. 별거 없네요. 그래서 물어본 거예요. 저도 다 시켜 먹는 타입이에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
어떤 사람은 맛으로 기억되기도 하잖아요.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리면 생각 나는 사람 있어요?
저는 냉모밀 진짜 좋아해요. 엄마 때문에 판모밀을 알게 돼서 냉소바 하면 엄마가 생각나요. 어렸을 때 소스에 찍어 먹는 면이 있다는 게 너무 신선했어 요. 그전까지는 수프에 빠진 면만 먹어봤으니까. “엄마, 이거 간장 너무 짜지 않아?” 하고 물어봤는데, 적당히 맛있었던 느낌까지 기억나요.
저는 코리안 바비큐. 삼겹살, 소고기 뭐든요. 일주일에 한두 번씩 꼭 먹는 것 같은데요? 너무 많은 추억이 담긴 음식이라 하나로 꼽기 힘든데, 한국인이라면 삼겹살은 모든 추억의 응축 아닐까요?
저는 평양냉면.
어디 제일 좋아해요? 전 필동면옥 제일 좋아해요.
맞아. 진짜 거기가 1등이지, 그치. 다들 요즘 관심 있는 주제는 뭐예요?
서커스. <태양의 서커스>나 무대 보는 거에 관심이 많아요.
스타일리스트가 힘들어 보이던데…. 자꾸 어디서 뭐 신기한 거 보고 와서 해달라고 요청하는 거 아니에요?
저희 콘서트에서 서커스 시키는 거 아니겠죠?(웃음)
그건 댄서분들에게 부탁할게요.(웃음) 어렸을 때도 <캣츠> 좋아했는데, 다른 캐릭터에 저를 투영해서 쇼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최근에 취미가 없어서 취미를 만들어볼까 하다 운동을 시작했는데, 스트레스가 엄청 풀리더라고요.
저는 어떻게 하면 다시 작업을 많이 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있는 시기예요.
실은 질문 리스트를 보고 음악 얘기가 없다 싶었는데, 드디어.
사실 음악 얘기는 평소에 많이 하니까, 안 물어봐도 다 알아요.(웃음)
2월에 아틱 합류 이후 3인 인터뷰는 처음이죠? 아틱 합류로 DPR에게도 변화가 있었는데, 음악적으로 DPR의 새로운 챕터는 어떻게 펼쳐질까요?
저희가 클러빙과는 장르적으로 어울리진 않으니까, EDM 페스티벌 같은 데 나가진 않았는데요. 이를테면 이제 아틱이 일렉트로닉 쪽으로 활동할 수 있으니 그런 모습이 상상되는데요? DPR의 음악 세계가 확장되는 거죠.
GQ 이제 곧 월드 투어를 떠나요. 작년에 이어 새로이 추가된 도시가 있나요?
CR 많아요. 프랑크 프루트, 워쇼, 코펜하겐, 밀란, 바르셀로나. 그동안 동유럽에 갈 기회가 별로 없었던 지라, 폴란드 워쇼 같은 도시가 너무 궁금해요.
GQ 이 세상 어딘가 어떤 도시에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이곳에 왔었다는 흔적을 남긴다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AT 후쿠오카의 유후인이라는 작은 온천 마을이 힐링하기 너무 좋거든요. 거기 어딘가에 제 사인 하나 남겨놓고 올 것 같아요.
IA 예전에 바누아투라는 태평양의 작은 나라에 간 적 있어요. 중학생 때 1년 동안 머물면서 원주민들 도와주고 한 게 엄청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 나중에 거기 가서 나무로 된 집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해요.
CR 감동이 있었던 도시는 좀 디테일하게 곡에 담는 편인데요. 아직 공개하지 않은 곡 가운데 도쿄에 관한 곡이 있고, 이번 월드 투어에서 기대 중인 워쇼 도 그렇지 않을까요?
GQ 어때요? 오늘 서로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CR 근데 사실 저희 서로에 대해 잘 알아요.
AT 이런 식으로 얘기를 안 할 뿐이지.(웃음)
IA 인터뷰 내내 제 생각과 답변도 형들이 다 맞췄잖아요. 어떻게 알았지?
CR 말 안 해도 다 안다니까요. 저희는 진짜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