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다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기형도(1960~1989)이십 대의 마지막 봄,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