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西周) 시절 이야기다. 초왕(楚王)과 범군(凡君)이 마주 앉았다. 초왕의 신하들이 자꾸 말했다. "범은 망했습니다." 망한 나라 임금하고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세 번을 거듭 얘기하자 범군이 말했다. '범나라는 망했어도 내가 있지 않소. 범나라가 망해도 나의 실존을 어쩌지 못한다면 초나라가 존재함도 그 존재를 장담치 못할 것이오. 이렇게 보면 범은 망한 적이 없고, 초도 있은 적이 없었소.' '장자'의 '전자방(田子方)'에 나온다.있고 없고, 얻고 잃고는 허망한 것이다. 있다가 없고, 잃었다가 얻는 것이 세상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