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2
봄이 길가 신발 가게에노란 꽃 신발을 내놓았어요.
나비가 신어 보고그냥 두고 갔어요.벌이 신어 보고그냥 두고 갔어요.
몇 날 며칠 놓여 있던노란 꽃 신발
없어졌어요.
씨앗 몇 개신발 값으로 남겨 놓고신고 갔어요.
―정진숙(1954~ )
꽃이 신발이란다! 나비와 벌이 신는. 봄이 꽃 신발을 팔려고 길가 가게에 내어놓았단다. 신발 값은 씨앗 몇 개란다. '에이, 거짓말' 이런 말이 튀어나올 법도 한데 도리어 '아, 그렇구나.'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럴듯한 거짓말이어서다. 시적 상상이란 이런 거다. 과학적으로 치자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