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가장 유명한 명언은 사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나왔다. 1999년 국무총리 시절 “필요하다면 테러리스트들을 화장실에서도 암살해 버릴 것”이라며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격렬하게 말했다. 이 말이 그가 남긴 첫 ‘거침없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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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국제회의에서도 거침없고 직설적이었다. 2015년 유엔 정상회의에서 ‘중동지역에 대한 민주주의화 시도로 이슬람 국가를 초래한’ 서방 국가 리더들에게 “당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합니까?”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푸틴은 얽매이지 않았다. 그가 대통령직을 1차로 수행할 때에도, 국무총리직을 수행할 때에도, 그리고 또 다시 대통령이 되었을 때에도 러시아와 전세계는 그의 거침없고 마초적인 면을 다양하게 봤다. 그는 유도 기술을 과시했고, 전투기를 직접 조종했으며, 권총과 소총을 쏘기도 하고, 직접 오토바이와 경주차를 몰기도 했다.
이 외에도, 푸틴은 마취총으로 호랑이를 생포하기도 했고, 웃통을 벗어던진 채 승마를 하기도 했고, 두루미로 분장해 행글라이더로 두루미 이동을 돕기도 했으며, 잠수정을 타고 흑해에 내려가 고대 쌍이병을 발견하기도 했다. (푸틴의 공보비서인 드리트리 페스코프는 후에 고대 쌍이병은 미리 갖다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이처럼 꾸준히 다양하고 마초적인 삶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푸틴의 어린시절에 대한 지인들의 회상을 종합하면, 그는 한시도 조용히 있지 못하는 아이였다.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의 어린시절 친구였던 세르게이 보그다노프는 “그는 어렸을 적에 항상 말썽을 피우고 조금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푸틴 스스로도 “어린 시절 자주 싸워서 지금의 강인함이 생겼다”고 말했다. 2015년 그는 “50년 전 레닌 거리가 싸움을 피할 수 없으면 먼저 주먹을 날리는 게 상책이라는 것을 내게 가르쳐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학자이자 국립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 발레리 살라베이 교수는 “푸틴의 어린시절이 그의 마초적인 행보에 유독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는 부랑자 생활을 하며 자랐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남성적이고 강한 것들이 지배적이었고 그래서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고 여기게 되었을 것이다”고 살라베이는 말했다.
살라베이는 푸틴의 16년 KGB 활동(1975-1991)도 꼽았다. 그는 “KGB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로 용맹함과 남자다운 모습이 당연히 중시되었을 것이며, 지금의 푸틴이 있기까지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돈을 내고 푸틴과 만날 수 있을까?
러시아에서 푸틴의 인기는 매우 높다. 2016년 12월에 전러시아 여론조사센터가 발표한 푸틴에 대한 평가 자료에 따르면 긍정적인 답변이 86%를 차지했다고 한다. 발레리 살라베이는 대통령의 거침없는 이미지가 이러한 성과의 주요 원인일 것이며, 푸틴은 이를 매우 잘 이해하고 활용했을 것이라 확신했다.
발레리 살라베이는 “푸틴은 강인한 리더와 상남자 이미지로 비춰진다”며 “그는 강인하고 거침없는 태도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살라베이는 “강하고 마초적인 리더에 대한 지지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아주 적절한 예일 뿐 아니라 트럼프는 푸틴과 매우 닮은 구석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강한 마초의 이미지 때문에 러시아 대통령은 가끔 기자회견이나 정상회담 같은 행사에서 이상한 상황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 진심어린 고결한 행위인데도 난처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2014년 11월 베이징 APEC정상회의 때 각국 정상들을 환영하는 공연에서 푸틴 대통령은 옆자리에 앉은 시진핑 부인 펑리위안 여사 어깨에 담요를 덮어 줬다. 러시아 예절에 따르면 매너있는 남자는 여자가 춥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다른 러시아 남자들이 그 자리에 있더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 기자들은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을 무언의 외교 관습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이 장면이 중국의 SNS와 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코트 게이트(coat gate)'로 불리기까지 했다.
러시아 대통령의 잦은 지각도 구설에 오른다. 2015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로마 교황과의 회담에 1 시간 늦었다. 러시아 대통령을 제일 많이 기다렸던 정치인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푸틴은 2014년 10월에 회담에 4 시간 늦게 도착했다. 당시 지각 이유는 푸틴이 베오그라드의 승전기념 퍼레이드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