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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이 바지가 유행하다니,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유물 같던 카프리 팬츠가 멋쟁이들의 ‘잇 아이템’이 됐어요.

@lunaisabellaa

오드리 헵번이 영화 <사브리나>에서 블랙 카프리 팬츠를 입고 나왔을 때, 아무도 그 길이에 딴지를 걸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어요. 종아리 중간에서 뚝 잘린 팬츠는 순식간에 시대의 아이템이 됐고, 카프리 팬츠라는 이름은 그렇게 패션사에 영원히 각인됐죠.

70년이 지난 지금, 카프리 팬츠는 여전히 같은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비율이 애매하지 않느냐고요. 네, 맞아요. 너무 애매해요. 롱 팬츠의 단정함도, 쇼츠의 시원함도 느낄 수 없는 어중간한 길이. 매끈한 종아리부터 만들어야겠다는 은근한 압박감이 생기죠. 그런데 오드리 헵번은 물론, 사라 제시카 파커, 두아 리파, 켄달 제너, 헤일리 비버 외에도 거리의 패션 피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카프리 팬츠를 입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쯤 되면 애매함이 문제가 아닐지도 몰라요.

Getty Images

게다가 지난여름이 돼서야 슬그머니 등장한 카프리 팬츠가 올해는 봄부터 일찌감치 나왔습니다. 레깅스의 밀착감과 크롭트 팬츠의 경쾌한 길이를 절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실루엣을 이제 사람들이 제대로 활용할 줄 알게 된 거예요. 스타일링만 잘하면 그 애매함을 통째로 바꿔놓을 수 있죠. 올여름이 다 갈 때까지 카프리 팬츠는 계속될 겁니다. 그러니 <보그>의 다섯 가지 스타일링 팁을 참고해 준비해두면 좋겠죠?

카프리 팬츠 + 블레이저

@oliviatps

@lindapoetzl

카프리 팬츠에 블레이저를 매치하면 ‘어중간함’이라는 꼬리표는 깔끔하게 떨어져 나갑니다. 블레이저의 각진 어깨선이 카프리 팬츠의 짧은 길이와 완벽한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죠. 따라서 블레이저는 오버사이즈 핏이 필수예요. 컬러는 굳이 맞출 필요가 없습니다. 브라운 블레이저에 블랙 카프리 팬츠처럼 톤은 다르되 무게감이 비슷한 조합으로 가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죠. 슈즈는 스트랩 샌들이나 뮬을 신으면 가볍고 시원하게 비율을 늘려줘요.

카프리 팬츠 + 트렌치 코트

@lindapoetzl

@sybil.tingc

베이지 트렌치 코트에 블랙 카프리 팬츠는 이번 시즌 스트리트에서 가장 자주 목격되는 조합입니다. 두 컬러의 대비가 선명한 만큼 실루엣이 야무지게 떨어지죠. 코트를 길게 풀어 헤치느냐, 하프 트렌치를 입고 벨트로 조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무드가 조성되고요. 플립플롭이나 발레 플랫, 로퍼로 마무리하면 완성입니다. 클래식한 트렌치 코트에 살짝 반항하는 것 같은 재미가 이 조합의 핵심이에요.

카프리 팬츠 + 화이트 티셔츠

@inezzvalencia

@tiffwang_

카프리 팬츠 스타일링에서 가장 쉽고 자주 틀리지 않는 조합이에요. 화이트 티셔츠 하나면 되죠. 크롭트 길이로 배꼽을 살짝 드러내거나, 오버사이즈로 툭 걸쳐 벨트나 니트로 잡아주거나. 어떻게 입어도 카프리 팬츠와 잘 어울립니다. 요즘 스트리트에서는 밑단에 레이스 장식이 달린 카프리 팬츠도 심심찮게 눈에 띄죠. 과하지 않게 종아리 언저리에서만 여성스러운 디테일을 드러내는 것도 팬츠가 가진 애매한 길이를 현실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카프리 팬츠 + 핑크 셔츠

@passionate.about.fashion

@by.ivanaramirezm

블랙 카프리 팬츠에 핑크 셔츠. 네, 맞아요. 블랙핑크예요. 농담 같지만 진짜 잘 어울리죠. 핑크가 위에 있고 블랙이 아래에 있으면, 핑크가 생각보다 훨씬 덜 사랑스럽고 더 단단하게 보입니다. 박시한 셔츠를 입고 단추를 두어 개 풀어도 좋고, 티셔츠를 입은 후 허리께에서 셔츠를 살짝 여미면 꽤 날렵해 보이거든요. 살짝 키를 높여주는 키튼 힐만 신으면 그걸로 충분하죠.

카프리 팬츠 + 크롭트 재킷

@sarahrosemaloney

@miacroft

카프리 팬츠와 크롭트 재킷은 사실 당연한 조합입니다. 둘 다 길이를 일부러 자른 아이템이니까요. 위아래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요? 크롭트 재킷이 허리선을 드러내면 카프리 팬츠의 짧은 길이가 신이 나서 비로소 제 몫을 하죠. 블랙 온 블랙으로 완전히 맞추거나, 크림 재킷으로 대비를 주거나, 카키 컬러로 어스 톤을 끌어들이거나. 어떤 방식이든 크롭트 재킷과 카프리 팬츠는 서로의 길이를 방해하지 않고 각각 진가를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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