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고 싶거나 가려져 있던 것, 다른 것 마주하기
문제 해결은 문제를 직시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우리가 줄곧 피하고 덮어왔던 문제를 이리저리 조명하는 전시를 소개합니다.
피하고 싶은 것 마주하기 <누구나 스스로를 혐오한다>
혐오가 커지는 방식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거울과 같습니다. ‘타자 혐오’라는 한쪽 거울에 비친 일그러진 얼굴은 ‘자기혐오’라는 반대쪽 거울에도 반사되죠. 이 혐오의 이미지는 양방향으로 반복되며 우울과 수치, 파괴적 충동의 폐쇄 회로에 우리를 가둡니다. 2월 7일까지 열리는 전시 <누구나 스스로를 혐오한다(Anyone Hates Anyone)>에서는 혐오라는 어두운 통로를 지나 진실한 자기 대면에 이르는 예술적 시도를 선보여요. 현대사회에 만연한 자기혐오와 타자 혐오를 단순한 파괴적 감정이 아니라 자신과 세계를 직시하는 성찰 도구로 재해석했죠. 6인의 작가 강철규, 박희민, 성재윤, 윤결, 이립, 이현수는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다채로운 작품 11점을 통해 혐오의 감정이 어떻게 생의 의지로 전환될 수 있는지 질문합니다. 또한 독창적인 시각으로 풀어낸 사회적 소외, 정체성, 가족사, 신체의 불안정성 같은 주제는 혐오의 폐쇄 회로에 갇혀 있던 사고를 확장하게 하죠. 어두운 방에서 더 어두운 그림자를 보는 것은 분명 두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어둠을 마주할 때 그림자를 만든 빛이 어디서 오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장소 뮤지엄헤드 예매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museumhead_
이상해도 괜찮아 <괴짜展 2025>
이상할수록 환영받는 전시가 있습니다. K현대미술관의 시그니처 전시 <괴짜展>인데요, 이곳에서만큼은 그동안 다르다고 외면당했던 괴짜가 더 대접받아요. 제목처럼 다양한 영역을 예술로 포괄, 지코와 제니의 ‘SPOT!’ 뮤직비디오 속 쿠션을 디자인한 고땜무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의 솔로 앨범 일러스트를 작업한 슬링키처럼 대중문화와 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또한 <괴짜展>은 많은 작가를 친근하게 소개하는 방식과 규모 덕분에 신인 작가에게 기회의 자리가 됩니다. 전 세계 주요 갤러리와 미술관 전시에 400여 회 참여하고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는 김지희 작가를 비롯해 변경수, 지히, 윤여준, 노보, 레오다브, 쿨레인 등이 <괴짜展>을 통해 이름을 알렸죠. 이번에는 작가 100여 명이 작품 2,000여 점을 선보이며 저마다 다른 세계를 만화경처럼 펼칩니다. 아무리 튀어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자신의 별스러움을 마주하세요. 장소 K현대미술관 예매 네이버 예약 인스타그램 @kmcaseoul
지워진 기억과 마주하기 <피네간의 경야>
우리가 배운 역사는 과연 온전한 진실일까요? 국제갤러리에서 2월 15일까지 열리는 다니엘 보이드의 개인전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는 서구 중심의 시각에서 의도적으로 지워지거나 가려진 기억을 소환합니다. 호주 원주민 출신인 작가는 캔버스 화면 위에 ‘렌즈’라 불리는 무수한 점을 찍으며, 단일화된 역사적 서사에서는 보이지 않던 파편화된 진실을 직시하게 하죠.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제목을 전시 제목으로 빌려와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며 세상을 탐색하는 작가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을 보여줍니다. 특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관람객을 일방적인 관찰자에서 역사적 맥락의 참여자로 끌어들이는 방식입니다. 취조실에서 주로 쓰이는 단일 방향 거울(One-way mirror)을 활용한 새로운 설치 작품 ‘Untitled (PCSAIMTRA)’는 우리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사건을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역사가 선택적으로 기록되는 방식을 은유적으로 비판하죠. 또한 식민주의 세계관을 내면화하던 아동용 학습 만화나 서구 미(美)의 전형인 아폴론, 포세이돈 같은 신화적 도상을 파편화하며 백인 우월주의 구조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보이드의 작품 속 검은 물감으로 지워진 빈틈은 단순한 공백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피하고 싶어 했던 식민적 관계의 긴장감과 왜곡된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성찰의 통로죠. 정해진 정답처럼 주어졌던 거대 서사를 거부하고 그 이면의 ‘복수성(Plurality)’을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가려져 있던 세계의 진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소 국제갤러리 예매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kukje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