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시계 대신 예술적 시계, 구겐하임의 거장들과 협업한 ‘이 시계’
에드가 드가, 파울 클레, 클로드 모네, 잭슨 폴록의 걸작을 이제 손목 위에서 만날 수 있다. 돌아온 스와치와의 협업.
폐쇄적이기로 유명한 미술계에서 스와치는 대체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 걸까? 플라스틱 케이스에 쿼츠 무브먼트, 그리고 대부분 10만 원대의 가격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놀라울 뿐이다. 키키 피카소, 애니 레이보비츠, 키스 해링 같은 이름들과 협업해온 것은 물론, 우피치 미술관과 루브르 아부다비 등 세계적인 미술관의 아카이브를 파고들어 소장품을 착용 가능한 예술 작품으로 바꿔왔다. 2026년에는 구겐하임 미술관과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이 그 주인공으로, 스와치 특유의 감각을 입은 네 가지 강렬한 모델이 등장했다.
“스와치는 예술계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유명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2023년 라마 옥션을 통해 희귀 모델을 포함한 600점의 스와치 시계 컬렉션을 경매에 내놓아 시계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미국의 예술가 에스터 글리나 몬타녜르는 이렇게 말한다. “이들은 ‘웨어러블 아트’라는 개념에 실제로 돈을 걸었죠. 저렴한 플라스틱 시계를 문화적이고 트렌디한, 예술과 패션이 결합된 대중 시장 제품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플라스틱 시계로 출발한 브랜드의 행보로는 놀라운 진화다. 하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 보면 자연스럽기도 하다. 스와치 빈티지 컬렉션의 설립자이자 소유주인 장 반회르크 드 토르나코는 이렇게 설명한다. “브랜드의 초기 아이디어는 세 가지 핵심에 기반했어요. 재미있고, 합리적인 가격이며, 스위스 메이드라는 점이죠. 이 개념 자체가 당시 시계 제작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해체하는 대담한 발상이었습니다. 고급 시계에 익숙했던 시장에, 스와치는 불편할 정도로 단순한 모습으로 등장해 시계와 패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죠.”
이번 구겐하임 협업은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첫 프로젝트로, 두 컬렉션에서 각각 한 점씩 총 네 점의 작품을 골라 다이얼과 스트랩 전체에 과감하게 적용했다. 특히 폴록의 경우 말 그대로 물감을 튀기듯, 1974년 작품 알케미의 디테일이 시계 전면을 덮고 있다. 가격은 96파운드, 한화 약 16만 원이다. 드가의 1903년 작품 초록과 노랑 옷의 무희들에서는 무희들의 흐릿한 발 부분이 스와치의 상징적인 젠트 실루엣 위에 새로이 펼쳐진다. 가격은 약 14만 5천 원이다.
나머지 두 모델도 흥미롭다. 파울 클레의 1919년 작품 바이에른의 돈 조반니는 그가 존경했던 두 명의 오페라 가수와, 비교적 대담하게도 그가 관계를 맺었던 세 명의 여성 이름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약 14만 5천 원이다. 이 모델에는 12시 방향에 오픈 창이 있어 내부 디스크의 색상이 매일 바뀐다. 클로드 모네의 1908년 작품 산 조르조 마조레에서 본 두칼레 궁전은 자외선에 노출되면 다이얼이 선명한 오렌지 컬러로 빛나며, 스와치의 비접촉 결제 시스템인 스와치페이도 탑재했다. 가격은 약 16만 원 선이다.
스와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를로 지오르다네티는 작품 선정과 표현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엽서나 기념품 같은 작업을 하고 싶지 않아요. 핵심은 긍정적인 도발입니다. 작품을 재해석해 그 안에 스와치의 일부를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하죠.”
일상적인 손목 스타일에 지루함을 느낀다면, 이런 스와치 한 점은 훌륭한 해독제가 된다. 심플한 스타일도 좋지만, 늘 모노톤이 반복된다면 옷차림을 과하게 바꾸지 않고도 재즈 한 스푼을 더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게다가 “공식 매장”, “중고”, “롤렉스” 같은 단어 없이도 자연스럽게 시계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단, 새로운 시계를 차고 나가기 전에는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공부해두는 게 좋다. 예술로 무안해지는 일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