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내가 없더라도 브랜드는 계속 살아남도록” – 잉크의 이혜미
2024.10.10by VOGUE
세계가 한국 패션을 탐닉하는 건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한국 패션을 정의하는 6팀의 디자이너는 현재에 충실한 채 눈앞에 놓인 트랙을 달린다.
레스트앤레크레이션(RR)의 무서운 성장 속도는 요즘 말로 김지은이 ‘쏘아 올린 공’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시즌마다 끊임없이 새 컬렉션을 만들어내도 새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과감하게 이름도 바꾸고 더 캐주얼한 브랜드를 시작해보기로 했죠.” 15년여 동안 선보인 프리마돈나를 중단하고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2년 론칭한 RR은 아이템부터 디자인까지 모든 것이 쿨하고 산뜻하다. 10년 넘게 사귄 남자 친구와 질척이는 연애를 끝내고, 자신에게 솔직하고 충실해지기로 마음먹은 빛이 나는 솔로처럼 말이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특별함을 내세우진 않지만 접근성 좋고 실용적인 디자인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고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예상했던 기간의 반이면 충분했어요. 온라인 론칭 후 1~2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한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도 1년이 채 걸리지 않았고요. 그다음 단계인 백화점 입점도 계획보다 6개월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요즘 한국 패션 브랜드에 유별나게 너그럽고 관심이 많은 건 전 세계적인 추세지만, 디자이너의 사적인 쇼핑 취향과 경험치의 반영이 인기 상승에 가속도를 붙였다. “뭐든 날씬해 보여야 해요! 노출하기 부담스러운 부분은 가리고 쇄골 같은 부위를 드러내고 싶은 건 모든 여자가 공감하는 포인트죠. 상품 출시를 결정하는 마지막 단계도 내가 직접 입어보고 나라면 기꺼이 살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해외 관광객이 금호동 골목의 사무실 겸 쇼룸으로 부나방처럼 몰려드는 바람에 동네 주민들의 의혹에 찬 눈초리를 뒤로하고 오픈한 첫 매장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제 막 1주년을 넘겼다. 10월 10일에는 성수동 매장 오픈과 동시에 코스메틱 라인을 론칭한다(이달 ‘보깅’ 페이지에 소개된다). 최근 뷰티 분야 확장에 진심인 무신사가 제조 기술 부문을 지원해 온라인은 무신사에서만, 오프라인은 RR 매장에서만 판매한다. R 로고 형태의 은빛 케이스에 담긴 ‘멀티 블러쉬 앤 하이라이터 듀오’, 다섯 가지 컬러 ‘틴티드 립 오일’을 시작으로 아이템을 추가한다. “예전에는 옷만 바라보고 좋아했다면, 지금은 라이프스타일과 뷰티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의 확장이 더 흥미로워요.” 남은 3개월 동안 해외 팝업을 하며 올해를 마무리한 뒤, 내년에는 중국에 단독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합작 형태의 직진출을 추진해볼 생각이다. 아 참, 스포츠웨어 라인도 추가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반응뿐 아니라 실제 매출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데 매력을 느껴요. 그 덕에 재정적인 압박 없이 원하는 걸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고요. 내가 살고 있는 현재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고 확신해요.”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