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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초 작가가 만든 기억의 습작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스위스 바젤에선 매년 6월이면 이 말을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부터 54회째 이어오며 아트 페어의 기준이 된 아트 바젤 바젤 2024의 치열하고도 우아한 현장. 그곳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키스 해링의 숨은 삶을 살피고, ‘언리미티드’ 섹터를 수묵화로 물들인 김민정 작가와 ‘스테이트먼트’ 섹터에서 SF 작품을 현실로 이뤄내며 회자된 오묘초 작가를 만났다.

“SF는 미래를 발굴하는 고고학이다.” 문학 평론가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 Jameson)의 말에서 유추 가능하듯 과거의 SF 작품은 모두 현실로 이루어졌다. 오묘초 작가는 자신의 조각이 미래의 지성체를 그려볼 수 있는 시각적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을지로의 작업실에서 만난 오묘초 작가.

2024 아트 바젤 바젤에서 호평을 받은 오묘초 작가를 만났다. 그녀의 작품이 전시된 ‘스테이트먼트’ 섹터는 발루아즈(Baloise) 기업의 후원을 받아 전문가 심사를 거쳐 참가할 수 있는 신인 작가 경쟁 부문이다. 지금은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양혜규, 강서경 작가가 이 섹터에서 발루아즈 예술상을 수상했기에 오묘초 작가의 전시는 더욱 주목받았다. 스테이트먼트 섹터는 신인 작가와 새로운 갤러리에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오묘초 작가와 그녀의 작품 출품을 제안한 우손갤러리 역시 어쩌면 평생 단 한 번만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오묘초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 우손갤러리 부스는 ‘아트뉴스(Art News)’와 ‘아트시(Artsy)’에서 아트 바젤 바젤 베스트 부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에 선보인 ‘누디 핼루시네이션(Nudi Hallucination)’ 연작은 지상이 오염되어 심해에 살고 있는 미래의 새로운 종족을 묘사한 조각이다. 작품 제목 ‘누디 핼루시네이션’은 그녀가 쓴 책 제목이기도 하다. 책은 2025년 허블 출판사에서 정식 발행하며, 아트 바젤 바젤에서는 인트로만 담은 국·영문 책을 무료 배포했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SF 소설이다.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지구 수명이 80년밖에 안 남았다고 말하는 급진적인 과학자도 있다. 낙관적인 과학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탄소 포집 풍선을 터뜨리는 방식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어느 쪽이 맞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미래에는 인간이 아니라 다른 종이 태어날 수 있고, 인간이 멸망해도 지구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작가의 상상으로 이 책은 시작되었다. 인간은 공룡처럼 잠시 지구에 머무는 종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인간 중심적 사고에 경각심을 갖고 집필하는 중이다. 그녀는 설명하지 않아도 이 조각을 미지의 생물로 봐준 각국 관람객에게 감동했다.

아트 바젤 바젤 스테이트먼트 섹터 내 우손갤러리 부스에서 선보인 오묘초 작가의 작품.

세계 최고의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 바젤의 스테이트먼트 섹터에 참가한 소감은?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공부할 때 경험한 해외 아트 페어는 단순한 미술 시장이 아니었다. 당시 즐겨 찾던 아트 바젤 바젤과 프리즈 런던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각적으로 문화의 흐름에 접근할 수 있고, 예술가가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그런 자리였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많은 아트 페어는 미술 시장 기능만 돋보여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아트 바젤 바젤 스테이트먼트 섹터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었다. 예전에는 내 작품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의구심을 가졌는데, 나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실 우리나라 미술 시장에서 내 작품을 보여주는 것에도 확신을 갖지 못했다. ‘내가 하고 있는 방향이 맞을까’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생각했던 고민의 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스테이트먼트 섹터에서 발루아즈 예술상을 두고 경쟁한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어떤 영감을 받았나?

총 18명의 작가는 국적과 배경이 다르고, 작품 메시지가 극명히 달랐다. 스테이트먼트 섹터의 모든 부스를 돌며 갤러리스트의 설명을 듣고, 각각의 작은 미술관 같다고 느꼈다. 이렇듯 이 섹터가 작지만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이전에 아트 바젤 바젤을 보면서 알았기에, 나 역시 공들여서 준비했다. 부스 안에 또 다른 시공간이 펼쳐진 느낌을 주고 싶어서 공간 해석에도 애썼다. 다른 젊은 작가에 비해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작한 시기는 늦었지만, 같은 자리에서 작품을 보여줄 수 있어서 뜻깊었다.

아트 바젤 바젤을 통해 얻은 성과는?

페어가 열리는 5일 내내 우리 부스를 계속 찾아온 분도 여러 명이었다. 컬렉터와 갤러리스트, 미술 관계자에게 찬사를 받았다. ‘누디 핼루시네이션’ 연작은 인간 이후 생성된 또 다른 지성체를 표현한 작품이라서 관람객이 어떻게 이해할지 걱정했는데,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미술이라는 시각적 감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 많은 설명이 필요한 현대미술의 시대임에도 관람객이 원초적으로 메시지를 직감했다는 것이 작가로서 감동적이었다. 특히 유럽 미술계에서 처음 작품을 보여주는 자리였기에 모두 귀중한 피드백이었다. 아트 바젤 바젤에 참가하면서 느낀 것은 공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 어디서 전시하든 공간 해석이 중요하다. 공간이 작업의 시작이다. 어디서 빛이 들어오는지, 어떤 공기가 흐르는지 유기적 흐름을 찾아보는 것이 첫 단계다. 그간의 모든 전시는 항상 장소 특정적이었다. 우선 작품이 돋보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Nudi Hallucination #1, 2022, Glass, silver, aluminum, stainless steel, surgical chain, resin, pigment, 120×200×90(h)cm

이번에 선보인 ‘누디 핼루시네이션’ 연작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다.

2021년 수림문화재단에서 예술가와 과학자의 매칭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고혜영 뇌과학자와 협업했다. 그러면서 뇌세포에 관심을 갖고 조사하다 보니, 뇌세포 연구에 쓰이는 바다달팽이에 매료됐다. 바다달팽이는 인간보다 수 세기 전부터 지구에 존재했고, 인간보다 앞선 그들의 생존 전략이 뇌세포 4,000여 개에 저장되어 있다. 뇌세포가 커서 현미경으로도 관찰 가능하며, 바다달팽이 자체가 시각적으로 매력적이다. 우리나라에만 550종이 있는데, 특징과 외형이 각기 다르다. 2018년 데이비드 글랜즈먼(David Glanzman) UCLA 생물·생리학 교수가 바다달팽이 기억 전이 실험을 성공했다는 걸 알았다. 이로 인해 기억에 대한 인간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뒤바뀐 것. 인간이 기억을 전이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가 조성진의 기억을 이식해 어느 날 갑자기 피아노를 잘 친다면?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의 기억을 이식해 수영을 잘한다면? 여러 상상이 이어져서 고혜영 과학자에게 나의 예술적 상상력에 대한 고증을 부탁했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30%만 그대로 기억하고, 70%는 재구성한 기억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내가 피아니스트의 기억을 이식받으면, 피아노와 관련된 하부 기억도 재구성될 것이다. 피아노 학원을 오가던 추억 같은 것 말이다. 미래에 기억 전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재화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협업 전시를 선보여야 할 때인데, 매일 글을 쓰고 있으니 걱정이었다. 그래서 소설 속 미래의 생명체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 ‘누디 핼루시네이션’이란 조각 연작이다. 2022년 김희수아트센터 단체전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아트 바젤 바젤까지 이어졌다.

미래 지성체는 깊은 바닷속에서 살고 있다는 소설 속 상상력이 매혹적이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우리는 항상 인간 중심으로 사고한다. 작품을 통해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조각 작업을 하면서 중요한 점은 같은 세계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질을 다루는 입장에서 뇌가 연약하고 기억이 쉽게 왜곡되고 사라지는 것처럼 깨지기 쉬운 유리로 미래 조각의 거대한 기억을 만들었다. 뼈대는 유리와 반대로 깨질 수 없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했다. 하지만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은 사실 같은 세계에 있다. 둘 다 1,500도에서 녹기 시작한다. 두 물질로 이루어진 이 조각이 우리 인간 세상에서는 온도가 낮아서 얼어 있지만 미래에는 살아 있는 물질일 수 있다. 그래서 이 조각은 두 물질의 조합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뇌세포의 기억이 전이될 때 열매가 열리고 꽃이 분화하는 것처럼 뇌세포가 뻗어나간다. 뇌세포조차도 자연과 닮았다는 것이 경이로워 이런 형상도 조각에 반영했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누디 핼루시네이션’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2022년 김희수아트센터에서 처음 선보인 ‘누디 핼루시네이션’은 하나의 미래종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수림큐브에서 열린 개인전 <변형 액체>의 ‘누디 핼루시네이션’은 소설에서 그린 미래 생명체의 계층적 관점을 담았다. 미래에도 돈이 있으면 더 좋은 기억을 살 수 있다. 수림큐브 2층 전시장에서는 가장 빈곤한 계층의 미래종을 보여주었다. 현재는 고소득자가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마천루에 살지만, 미래에는 지상이 오염되어 심해에 산다고 상상했다. 해수면이 가까울수록 수온이 높고 물이 오염되어 있어, 계층마다 미래종의 형상이 다르다. 1층 전시장은 중간 계층의 미래종을 표현했으며, 빛을 빨아들이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마지막으로 지하 전시장은 아트 바젤 바젤에 출품한 조각과 같은 가장 하층 계급의 미래종을 전시했다.

‘누디 핼루시네이션’은 VR 작품으로도 발표했다고 들었다.

지난 4월까지 세화미술관 단체전 <논알고리즘 챌린지>에서 선보인 VR 작업은 프리즈 필름에서 처음 발표한 작품이다. VR은 소설과 조각을 넘나드는 4차원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VR 작품 속 고양이를 통해 관람자의 인터랙티브가 가능하다. 다각적 접근을 위해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고 있다.

Nudi Hallucination #1, 2022, Glass, silver, aluminum, stainless steel, surgical chain, resin, pigment, 120×240×130(h)cm

2018년 시대여관에서 열린 첫 개인전 <언급되지 않을 것들의 흔적>을 시작으로 미술가로 데뷔했다. 지금까지 작품 세계가 어떻게 확장됐나?

‘기억’이라는 단어로 작품 세계를 설명할 수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첫 전시부터 계속 기억에 대한 사회 공백을 담아왔다. 시대여관에서 열린 첫 전시는 과거를 상상하며 당시 내 주변의 사회를 이야기했다. 다음 전시에선 현실과 맞닿은 디지털 기억을 표현했고, ‘누디 핼루시네이션’ 시리즈도 책, 조각, VR을 통해 미래 사회의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보여주고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나만의 연대기가 생겼다.

첫 개인전에도 <언급되지 않을 것들의 흔적>이라는 소설을 먼저 쓰고 작업을 시작했다니 재미있다.

2017년 공부를 마치고 귀국했는데, 어디서 어떻게 전시를 할 수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젊은 작가를 위한 세미나에 참석해 홍경한 미술 평론가에게 포트폴리오 리뷰를 받았다. 그때 홍 평론가가 시대여관 전시 응모를 추천했다. 이에 직접 시대여관에 가서 전시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시대여관이 있는 창신동 쪽방촌은 처음 가보았다. <해리 포터>에 나오는 킹스크로스역 9와 3/4 승강장에서 다른 세계가 펼쳐지듯, 우리가 평소 들어갈 일이 없던 공간이었다. 시대여관은 이름 그대로 오래전 여관이었는데, 철거 예정 건물이라 55칸의 방 벽마다 구멍이 뚫려 있었다. 공간의 아우라가 압도적이었고, 이곳에서 어떤 작업을 할지 고민에 빠졌다. 한 달간 이곳을 매일 방문했고, 이 공간의 이미지만으로 작업하는 것은 그들의 삶을 이기적으로 전시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아예 쪽방 하나를 얻어서 3개월간 살아보기로 했다. 그때 쓴 것이 첫 소설 <언급되지 않을 것들의 흔적>이다. 내가 쪽방촌에서 만난 사람들과 보고 느끼고 상상한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 투표권을 가진 시민이지만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던 소외된 여관 사람들의 하루 이야기를 그렸다. 하루 동안 모두 스쳐 지나가고 만나고 엮인다. 하나의 결말이다. 수백 겹의 벽지 한 장 한 장이 누군가 살았던 흔적이다. 시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흘러내리고 있다.

과거 그곳에 살았던 수천수만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벽에 뚫린 구멍에서 괴물이 나타나서 모두 잡아갔나 가늠해보았다. 그 괴물은 우리 사회의 제도, 타자의 시선,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의미한다. 이상하게 작품에 돌입할 때 꼭 글을 먼저 쓴다. 책을 통해 세계관이 만들어지면 작품을 이미지화한다. 이런 제작 과정을 나 역시 최근에야 깨달았다. <언급되지 않을 것들의 흔적> 등장인물은 나와 닮았다. 이것은 장소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소외된 사람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아무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다.

그래서 전시 <언급되지 않을 것들의 흔적>에는 어떤 작품을 선보였나?

당시 쪽방촌 가구 배달 아르바이트도 했다. 대기업에서 쪽방촌 사람들을 위한 가구를 직접 만들어서 기증하는 행사를 했는데, 막상 배달하러 갔더니 가구가 커서 들어가지 않았다. 1945년에 지은 건물 내부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멋대로 가구를 만든 것. 그때 우리 삶이 크기로 판단됨을 느꼈다. 들여다볼 일 없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았고, 우리가 소라게처럼 산다고 느꼈다. 갑각류는 껍데기를 바꾸지만, 껍데기 안은 연체동물과 같다. 껍데기가 없으면 죽는 연약한 개체이기에 집을 얻기 위해 사투하면서 산다. 껍데기 크기만큼만 몸집이 커지기에 껍데기가 중요하다. 우리도 발가벗으면 똑같은 인간인데, 집 크기만큼 살고 있구나 싶었다. 집과 차 크기로 평가받으면서, 기표만 보고 기의는 보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전시는 각 공간마다 소라 껍데기를 배치해서 귀를 대면 소설을 읽어주는 목소리가 들리게 구성했다. 스피커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소음일 뿐이다. 누워도 편하게 쉴 수 없는 물침대도 설치했다. 소라 껍데기 형상으로 의상도 만들어 관람객이 입어볼 수 있었다. 이 코스튬을 입음으로써 생기는 행동의 제약이 중요했다. 마지막으로 2층에는 도달해야 하는 트로피처럼 보이는 실리콘 소라 껍데기 조각을 설치했다. 사람 피부처럼 보이기도 하는 조각이다.

두 번째 개인전 <택시더미아(Taxidermia)>에선 어떤 주제를 보여주었나?

귀국할 때부터 을지로의 작업실에 머물고 있다. 부동산 사장이 근처에 미술 공간 N/A가 생겼다고 가보라고 해서 방문했다가 전시가 이루어졌다. ‘도무송’ 시리즈는 2019년 개인전에서 첫선을 보였다. 을지로 인쇄소 골목에 버려진 나무판자가 많았다. 뭔지도 모르고 주워와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외부인이었기 때문에 서로 서먹서먹해서 인쇄소 사람들에게 그게 뭔지 선뜻 물어보지도 못했다. 알고 보니 이것은 스티커, 봉투 등 인쇄물을 만들 때 사용하는 도무송이었다. 나무에 칼날을 박아서 종이에 찍어 제품을 만들면 쓰임새를 다해 버려지는 것. 나는 이를 부조(돋을새김)처럼 작품화했다. 이렇게 하찮은 것을 예술로 만드는 것이 바로 작가다. 도무송은 칼을 박아야 해서 무른 나무로 제작하는데, 물성을 극복하고자 스틸 작품처럼 보이게 수천 번 사포질을 해서 마감했다. 출처나 탄생 목적을 알 수 없는 조각 작품으로 보이길 원했다. 이것이 도무송이었다는 것을 관람객이 알게 되는 것이 유희의 지점이다. 이 전시를 추성아 큐레이터가 보고 아마도예술공간에서의 단체 전시를 제안했고, 연이어 전시의 물꼬가 트였다.

2021년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 열린 세 번째 개인전 <점보쉬림프>는 심의 모니터링 아르바이트가 모티브라고 들었다. 이 전시도 기억에 관한 건가?

불법 동영상을 지워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심의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사실상 지울 수가 없었다. IP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이트에 오른 영상만 조금 지울 수 있을 뿐 없앨 수 없다. 이전에는 사회 공백에 놓인 것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작업했는데, 디지털 세상에는 공백이 없었다. 한번 업로드되면 영원히 지울 수 없다. 잊혀가는 것이 안타까워 작품으로 승화했는데, 디지털 세상에서는 불법 동영상이라도 잊힐 권리가 없다는 것이 끔찍했다. 이를 조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미지가 정보가 되려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흙은 최초의 정보 전달 수단이다. 인간은 처음 흙에 정보를 새기고 굳혀, 사라지지 않는 매체를 만들었다. 내 전시는 정보 저장 단계의 진화를 표현한 다큐멘터리 형식이었다. 원시 시대부터 비트코인 시대, 21세기 양극단의 세계까지 표현한 레이어가 많은 전시라서 관람객이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레지던시 면접을 볼 때 디지털 정보가 흙으로 만든 조각과 무엇이 비슷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전시를 통해 지금은 디지털 시대지만 흙을 사용해 정보를 저장한 작품부터 보여주려 했고, 디지털을 원초적 수단인 흙으로 은유했다는 게 의미 있었다.

7월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여성 조각가 16인의 전시 <집(ZIP)>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김윤신, 신미경 작가부터 1990년대생 젊은 여성 조각가들과 같이 전시할 수 있어 기뻤다. 내 작업이 조각의 범주에 속하고 조각가를 꿈꾸지만, 아직은 조각가라는 타이틀은 과분하다. 매체가 다변화되면서 현대미술 조각가는 과거와 달라졌다. 지금은 조각가로 보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앞으로 조각가로 불리고 싶다. 꾸준히 조각을 선보이고 작품에 특이점이 있다면 노년에는 조각가로 불리지 않을까? 지금은 부족하지만 앞으로 이해되고 해석되며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12월에 열리는 송은미술대상 참여 작품은 무엇인가?

갑자기 바뀔 수 있지만 ‘누디 핼루시네이션’의 연장선인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고고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과거와 미래가 담긴 조각을 기획하고 있다. 미래는 현재를 통과해야 한다. 어제도 미래였고, 우리는 계속 미래를 통과하고 있다. 양면으로 된 조각을 생각 중인데, 각각 과거와 미래일 수 있다. 내 작품에서는 물성이 항상 중요하기 때문에, 둘을 나누는 기준은 물성이 될 것 같다.

미술가 데뷔가 살짝 늦었던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네 살 때부터 미술 학원에 다녔다. 어머니가 미술대학을 졸업했고, 나도 미술가가 될 거라는 걸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가서 보니 내가 만족할 만한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인생을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학업을 멈추고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 맹목적인 믿음을 내려놓으니 자아가 없어졌다. 많이 방황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행복했다. 대학생이었던 친구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라디오 듣고 음악 듣고, 영화를 하루에 다섯 편씩 봤다. 디깅하면서 지내다가 다시 미술을 하고 싶어서 유학을 갔다. 골드스미스에서 공부하면서 아주 좋았다. 미술을 해석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배웠다. 4년 내내 학교 문 열 때 들어가서 닫으면 나왔다. 학교 유령이었다. 그때 체화된 것들이 작업으로 나온 것 같다. 2018년이 작가로서 변곡점 같은 시기다. 홍경한 평론가가 여러 명의 신인 작가에게 시대여관에 가보라고 조언했는데 직접 간 사람은 나뿐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조언해주고 응원해주는 미술 관계자분들을 만나서 좋은 기회가 이어졌다.

앞으로의 계획은?

여전히 미술을 정말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하니 감사하고 축복받았다고 여긴다. 지겨운 적 없고 바젤에서도 그 많은 작품에 둘러싸여 행복했다. 좋은 작품을 보면 치유가 된다. 고통의 순간이 충만하게 채워지는 행복감이 든다. 이래서 내가 예술가가 되었고, 동시대 미술 현장에 함께 있으니 더 감사하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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