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서 특정 아이템이 특정 인물을 곧바로 연상시키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1960년대엔 지방시 리틀 블랙 드레스와 오드리 헵번, 1980년대엔 에르메스 버킨 백과 제인 버킨, 1990년대엔 ck 청바지와 케이트 모스, 2000년대엔 마놀로 블라닉과 사라 제시카 파커, 그리고 2020년대엔 샤넬 코코 크러쉬와 제니라고 패션 역사의 일부를 정의할 수 있겠다(제니와 코코 크러쉬의 각별한 인연은 지난달 <보그> time & gem 화보로 충분히 알 수 있다).
바로 그 2020년대의 아이콘을 서울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럭키’하게도 장마의 빗줄기를 피해 간 7월 3일 밤, 서울 성수동 일대는 샤넬의 새로운 코코 크러쉬 화인 주얼리 컬렉션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들썩였다. 2018년 처음으로 서울에 상륙했던 ‘코코 랩’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팝업이다. ‘크러쉬 라이브러리’ ‘크러쉬 게이밍’ ‘크러쉬 살롱’ ‘크러쉬 락스미스’ 총 4개의 방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주얼리 시착은 물론 귀여운 하트 모양 자물쇠를 증정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코코 크러쉬를 찾는 여정을 함께한다. 사실 코코 크러쉬 영감의 원천인 퀼팅은 1900년대 초부터 등장한다.
가브리엘 샤넬이 오랜 친구 에티엔 발상(Étienne Balsan)의 시골 사유지를 방문해 말안장에 사용되는 퀼팅 천을 발견한 순간으로 말이다. 이 모티브는 곧 디자인으로 발전했고, 1955년 이후 샤넬 플랩 백 ‘2.55’에서 상징적인 무늬로 정착했다. 그 후 퀼팅은 옷장에서 멈추지 않고 주얼리 컬렉션으로 활용됐다.
알파벳 C의 발전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0.85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사각무늬에 세팅돼 재탄생한 ‘코코 크러쉬 팔찌’와 ‘코코 크러쉬 반지’는 뜨거운 밤의 주인공 제니의 양팔과 손을 가득 장식했다. 그리고 오디오 케이블이 달린 ‘프리미에르 사운드 워치’를 목에 걸어 샤넬만의 믹스 매치를 선보였다. 코코 크러쉬의 뮤즈이자 아이콘 제니를 <보그> 파파라치가 밀착 마크했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