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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그때 그 영화
2020.07.29by 손기호
플로럴 패턴을 촌스럽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여름만 되면 당연하다는 듯 플로럴 패턴의 드레스와 스커트를 입으니까요. 하지만 꽃이 그려진 하와이안 셔츠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하와이안 셔츠만큼 ‘관광객스러운’ 아이템도 없기 때문이죠.
솔직히 말해서 ‘관광객스럽다’는 설명은 세련미와는 거리가 멉니다. 하와이안 셔츠를 데일리 룩으로 소화하기에는 어딘가 낯부끄러운 것이 사실이었죠.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하와이안 셔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촌스러운 옷’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있거든요.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 그리고 고별 쇼를 선보인 드리스 반 노튼은 약속이라도 한 듯 패턴에 집중했습니다. 셔츠에 주인공 역할을 맡기기보다는 비슷한 무드를 머금은 팬츠를 활용하며 여름과 더없이 어울리는 룩을 선보였죠. 두 브랜드 모두 벨트나 부츠처럼 느긋한 휴양지 분위기와 동떨어진 아이템을 은근슬쩍 매치한 것도 흥미로웠고요.
웨일스 보너의 컬렉션에는 눈여겨볼 만한 스타일링 팁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여름 레이어링에 필수와도 같은 니트 베스트와의 조합이었습니다. 하와이안 셔츠를 이너로 활용하니 칼라 위로 빼꼼 삐져나온 패턴이 되레 포인트가 됐죠.
아워레가시는 정반대의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체크 셔츠에 타이트한 핏의 하와이안 셔츠를 레이어드했죠. 완전히 상반되는 무드의 패턴이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카이의 아베 치토세가 선보인 룩은 한층 담백했습니다. 셔츠를 제외한 모든 아이템의 무드를 차분하게 유지한 덕분이었죠. ‘하와이안 셔츠에는 무조건 쇼츠에 샌들을 신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니 스타일링이 한층 폭넓어졌죠?
이미지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하와이안 셔츠를 활용한 가을, 겨울 스타일링을 선보인 브랜드도 있거든요. 마틴 로즈는 전형적인 ‘여름 아이템’인 하와이안 셔츠와 두툼한 파카를 조합하며 극한의 믹스 매치를 완성했습니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오피스 룩도 기발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꽃무늬 셔츠에 포멀한 분위기의 브이넥 카디건과 니트 톱을 레이어드했거든요. 대충 정리한 듯 구불구불한 셔츠 칼라는 룩에 위트를 더했고요.
지난 여름휴가 때 한번 입고 옷장 속에 고이 모셔둔 하와이안 셔츠를 꺼낼 때입니다. 올여름, 어쩌면 가을, 겨울까지 이어질 수도 있겠군요. 꽃이 잔뜩 그려진 셔츠를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입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