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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by 황혜원, Phil Oh
유럽 최대 규모의 뮤직 페스티벌로 꼽히는 글래스턴베리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습니다. 두아 리파, 찰리 XCX, 그룹 세븐틴 등을 비롯해 수많은 아티스트가 무대를 장식했습니다.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3일 차에는 세르비아 출신 세계적인 행위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가 참여했습니다. 아브라모비치는 퍼포먼스 아트에 대한 두려움 없는 접근 방식으로 유명한데요, 이번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향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메인 무대인 피라미드 스테이지에 올라 25만 명의 관객 앞에 선 아브라모비치는 긴장한 듯 보였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히 알고 있었어요. 글래스턴베리의 주제에 맞는 ‘평화’를 색다르게 외쳤죠.
아브라모비치는 친구인 전 버버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가 디자인한 실크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섰습니다. 이 드레스는 일본 기모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평화를 상징하는 CND 심벌 디자인입니다. CND 심벌은 영국 예술가 제럴드 홀텀이 디자인했으며, 세 개의 선과 원으로 이루어졌죠. 드레스를 입고 두 팔을 벌리면 심벌이 완성됩니다. 티시는 미국 <보그> 인터뷰에서 “항상 마리나를 위해 시간을 낼 거예요”라고 말하며 그녀와의 협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무대에 선 아브라모비치는 관객에게 눈을 감고 옆 사람 어깨에 손을 올린 뒤 420초, 곧 7분 동안 조용히 묵념할 것을 권했습니다. 단 하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된 순간이었죠. 침묵은 가장 강력한 도구였고, 그날의 공기는 특별했습니다.
이번 퍼포먼스는 뮤지션 PJ 하비의 공연 전에 진행됐는데요, PJ 하비가 자신의 세트리스트에서 한 곡을 포기하면서 아브라모비치가 무대에 설 수 있는 시간이 10분으로 늘어 무사히 퍼포먼스를 마칠 수 있었죠. 고요 속에 평화를 상징했던 아브라모비치의 드레스는 추후 박물관에 전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