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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럽에 가야 하는 세 가지 이유, 비스터 컬렉션
2024.03.12by 전희란
야자수가 늘어선 해변? 있음. 훌륭한 산호초 해변에서의 휴식 시간? 있음. 서핑 스테이, 요가 휴양, 해변가 카페로 가득한 풍경? 있음, 있음, 있음. 면면이 충만한 스리랑카 남부 해안은 다음 목적지로 충분하다.
스리랑카 남쪽 끝, 숲이 우거진 절벽에서 네그로니 칵테일 한 잔을 들고 인도양을 향해 뻗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리조트 케이프 웰리가마 Cape Weligama의 서프 바 Surf Bar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선율이 귓가에 맴돈다. 수평선 위 장밋빛 구름 떼가 내 칵테일 색과 썩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바다는 혼잡했다. 하루의 마지막 빛을 이용해 서퍼 여섯 명이 곶이 만들어낸 휴식 공간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오래된 목판화 속 어부들이 떠오른다. 어둑어둑해지는 가운데 광활한 무대로 그들의 역사와 정체성이 녹아든다.
남쪽 해안에 서퍼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약 10년 전부터다. 스리랑카의 두 계절 중 하나인 몬순 시즌 이후, 또 다른 계절이자 날씨가 화창한 12월부터 4월 사이에 서쪽 히카두와 Hikkaduwa에서 동쪽 히리케티야 Hiriketiya까지 약 55마일에 이르는 긴 해안은 서핑 문화와 요가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인 축제의 장으로 변모한다. 본래 스리랑카의 서퍼들은 섬 동쪽 해안의 유명한 서핑 명소인 아루감 베이 Arugam Bay에 소규모로 모여들곤 했다. 정치·경제적 격변에는 무감했던 이 강인한 영혼들이 1980년대부터 한 세대의 삶을 뒤흔든 내전 기간 동안 관광 경제의 주축을 담당했고, 그러다 2009년 전쟁이 끝난 후 관광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남부는 초급 및 중급 서퍼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장소로 명성을 얻어 갔다. 보통 5월에 시즌이 시작되는 아루감 베이와 달리, 스리랑카 남부는 서핑 시즌이 겨울과 맞물려 많은 잠재적 서퍼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의 동반자인 운전사 G 더글러스 위제라트나 G Douglas Wijerathna와 함께 달리는 사이 섬 주변부 어디에서나 서퍼들을 해변이나 학교, 캠프로 데려다주는 스쿠터와 툭툭을 볼 수 있었다. 일출과 일몰 시간이 되면 바다는 파도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 서퍼, 코치 주변에 무리 지어 모인 서퍼로 가득하다. 휴식을 취하는 서퍼들은 해변가 라운지에 기대어 이 섬에서 자생하는 맛있는 과일 킹 코코넛으로 만든 오렌지 탐빌리를 마신다.
새로 뜨는 서핑 마을인 아항가마 Ahangama는 장대 위에 올라 물고기를 잡는 스리랑카 전통 낚시 방법인 죽마낚시의 터로 유명한 해변 마을이다. 이곳을 포함해 남쪽 해안은 서핑 혁명을 통해 창의적인 문화가 자생적으로 크게 발전했고, 예술, 미식, 창업 정신 역시 이곳으로 모여들면서 수도 콜롬보나 차 교역로, 불교 문화 같은 전통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이다. 여기에는 차 업계의 거물인 말릭 페르난도 Malik Fernando가 운영하는 두 부티크 리조트 라인, 레스플렌던트 실론 Resplendent Ceylon과 리베리 Reverie도 해당한다. 이 라인들의 숙소 중 특히 숭고한 카야암 하우스 Kayaam House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받는 딥 티슈 마사지, 자연보호구역 가장자리에 있는 와일드 코스트 텐트 로지 Wild Coast Tented Lodge의 복고풍 미래형 캔버스 돔 안에서 즐기는 꿈같은 숙박은 스리랑카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상징적인 경험이라 봐도 무방하다.
나는 아항가마에서 이번에는 팜 호텔 스리랑카 Palm Hotel Sri Lanka로 향했다. 이곳의 주인인 미리엄 하니파 Miriam Haniffa의 소개에 따르면 “런던 쇼디치와 스리랑카의 만남”인 현대식 정글 판타지 콘셉트 호텔이다.
한편, 지역 최고의 칵테일 바와 스모크 하우스는 히리케티야 해변의 작은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유명 뮤지션인 라히루 페레라 Lahiru Perera와 스리랑카 F&B 신의 전문가 돈 라나싱헤 Don Ranasinghe가 기획한 스모크 앤 비터스 Smoke & Bitters란 이름의 이곳은 직접 만든 하우스 스타일의 비터스 칵테일과 함께 코코넛 과육을 이용해 독창적으로 만든 칼라마리, 용과 세비체, 훈제 잭프루트 샌드위치 등 재미있는 현지 음식을 선보인다.
스리랑카 남부에는 여기서 최고의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라파엘 카블리 Raffael Kably의 예를 보자. 그는 어느 따뜻한 아침, 내가 방문했을 당시 방이 8개 있는 B&B인 솔&서프 Soul&Surf를 운영하고 있었다.(이후 그는 떠났다.) 파란색 반바지에 깔끔한 흰색 반소매 셔츠를 입고 타투를 새긴 팔뚝을 뽐내는 이 전직 DJ이자 영화 프로듀서는 솔&서프의 설립자 에드 템플턴 Ed Templeton(그 역시 전직 DJ다)과 함께 현지 컬처 신이 번성하는 변화를 지켜보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넓혀왔다.
2017년 무렵, 이 지역은 다양한 형태의 휴식, 햇살에 흔들리는 코코넛 나무와 야생 아몬드가 무성한 풍경, 신선한 해산물과 과일들의 매력, 세상 모든 즐거움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늘어나면서 소셜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기 시작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팝업 캠프로 시작한 솔&서프는 현 장소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고, 라파엘은 파도를 타기도 하고 가이드도 하기 위해 2018년에 아항가마로 아예 이주했다. 라파엘은 말한다. “아침에 서핑을 해야 비로소 하루가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을 느껴요.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걸 좋아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그저 ‘서핑, 서핑, 서핑’에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에요. 우리는 좀 더 차별화되는 서퍼와 여행자를 추구하죠.”
솔&서프처럼 히리케티야의 도츠 베이 하우스 Dots Bay House, 디크웰라 Dikwella의 더 정갈로우 The Jungalows 같은 숙소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한 커뮤니티, 액티비티 등으로 지역과 진정한 연결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공유하는 가치는 마음 챙김, 다문화주의, 바다에 대한 사랑이다. 자연 활동가로서의 멋을 지닌 카르페 디엠 식 라이프스타일이랄까. 참가자들은 해 질 녘 해변 청소 활동을 위해 모이곤 한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 중 섀기 Shaggy만큼 이러한 가치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 뻣뻣하고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을 스리랑카의 젊은 서핑 코치들 사이에서는 거의 필수처럼 여기는 상투 스타일로 틀어 올린 그는 최고의 자세로 서핑하는 자신을 슬로모션 영상으로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 @shaggy2557을 운영한다. 섀기는 일곱 살 때 영국인 관광객 게리 윌스 Gary Wills로부터 처음 서핑 보드를 선물 받았던 순간을 여전히 기억한다. “1990년대에는 한 10명이서 보드 하나를 나눠 쓰곤 했어요. 자기 순서마다 파도 5개씩이요.” 그는 섬 억양의 장모음 영어를 구사하면서 경쾌하게 말을 이었다. “서핑을 하러 갔다가 코코넛 나무에 올라가 한 잔 마시고 또 서핑을 하러 가곤 했어요.”
섀기는 섬의 경제 침체로 많은 친구가 이민을 고민할 때도 세상이 자신을 향해 흐르기 시작했다는 변화를 느끼면서 남국의 상승하는 조류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시기에 어른이 되었다. 그는 현재 미디가마 Midigama 마을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서핑 명소 다섯 곳, 즉 코코넛 Coconuts, 플랜테이션 Plantation, 램스 Ram’s, 레이지 레프트 Lazy Left, 그리고 레이지 라이트 Lazy Right에서 가까운 곳에 작지만 번창 중인 ‘섀기스 서핑 스쿨 Shaggy’s Surf School’을 운영하고 있다. “저는 해변을 꿈꿉니다.”
지난 며칠간 나는 바다 근처의 밝은 신세계와 내륙으로 몇 마일 들어가는 구세계 사이를 넘나들면서 심지어 동화되는 감각을 경험했다.(본래 둘 사이 경계는 꽤 명확하다. 콜롬보에서 벨리아타 Beliatta까지 남쪽으로 이어지는 해안 철도 노선으로 구분된다.) 바다 쪽에는 코코넛 나무의 아치형 실루엣과 해변 오두막집에 쌓인 다채로운 서핑 보드 뒤로 반짝이는 푸른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가는 서퍼 무리가 보인다. 육지 쪽에는 양산을 쓴 여자들과 자전거를 타고 해안가를 달리는 학생들이 왜가리, 가마우지, 태양새 등 습지에 서식하는 다양한 조류가 살고 있는 에메랄드빛 논밭과 어우러진다. 해변은 거품이자 웃음, 부트 캠프다. 즐거움과 자유가 어둠과 불안에 가려지곤 하는 이 나라에서 먼 땅에서 온 흥분으로 가득 찬 얼굴들을 바라보는 일은 즐겁다. 한편 한두누고다 티 에스테이트 Handunugoda Tea Estate의 물결치는 경사면이, 햇볕에 구운 돌이 맨발을 그을리는 고요한 비하라 Vihara 언덕 위의 거대한 불상이, 시장 마을 마타라 Matara에 있는 구 네덜란드 무역센터의 원뿔형 탑이 나를 내륙으로 부른다. 많은 해변가 빌라가 조각 같은 꽃 프랑지파니로 둘러싸여 있는 가운데, 종종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멋지게 드리우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반얀트리 사이에 자리 잡은 불교 사원도 있다.
그 경계 혹은 혼합의 사이를 여행자들이 달리는 동안, 역사의 일부를 떠올리게 하거나 정자에 숨어 앉은 새를 찾아내어 알려주는 우리의 이번 여행 동안의 운전사 더글러스처럼, 선함과 은혜의 화신과도 같은 지역 주민들이 바다의 조용한 물보라 소리처럼 우리를 감싸 안는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라는 듯이.
스리랑카는 여행사 앰퍼샌드 트래블 Ampersand Travel의 주요 여행지로, 남쪽 해안을 따라 에덴 빌라에서의 숙박을 포함한 맞춤형 여정을 소규모로 구성할 수 있다. 5천9백25달러부터 시작하는 극강의 13일 해변 휴가, 5천6백5달러부터 시작하는 럭셔리 9일 서핑 투어 등 여러 옵션이 준비되어 있다.
① GALLE
최고의 숙박 시설들은 마을 남쪽 유네스코 보호구역 내 반도인 갈레 Galle 항구 주위에 모여 있다. 스리랑카 건축가 찬나 다스와트 Channa Daswatte가 최근 복원한 3백 년 된 네덜란드 저택 갈레 포트 호텔 Galle Fort Hotel의 11개 스위트룸에서는 역사, 낭만, 식민지 시대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얇은 팬케이크인 호퍼 Hoppers, 카레, 신선한 과일 등 호화로운 아침 식사가 안뜰의 향기로운 프랑지파니 나무 아래 차려지며, 거리 방향으로 난 긴 발코니에서 마실 거리를 즐길 수도 있다. 처치 스트리트 Church Street를 따라 올라가면 17세기의 아름다운 사암 건물이 있는 아망갈라 Amangalla도 다른 곳 못지않게 웅장하다. 숙박하지 않더라도 포르투갈 시대 타일이 깔린 발코니에 기대어 하이 티를 마시기 위해서라도 방문할 가치가 있다. 갈레 내륙에 위치한 침실 5개짜리 빌라 마인 Villa Mine은 망고와 야자수 숲 사이로 언덕 위 다이닝 파빌리온, 수영이 가능한 호수, 수영장이 딸려 있고 조경이 잘된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② WELIGAMA & AHANGAMA
아항가마에서 가까운 거북이 친화적인 라군을 따라 자리한 솔&서프는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요가, 건강한 공동체적 식사, 초보자 친화적이지만 전문적인 서핑 코칭을 제공한다. 웰리가마 베이의 한쪽 끝에 위치한 수리야와타 Suriyawatta는 욕실이 5개 딸린 침실과 넓은 부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수영장을 갖춰 특히 가족 및 단체에게 몽환적인 해변 휴양지다. 내륙에 위치한 말라바르 힐 Malabar Hill에는 옛 라자스탄의 아치가 정교하게 재현되어 있으며, 천장이 높은 각 빌라에는 개인 수영장이 있다. 주변 습지에서는 조류를 관찰하는 산책과 자전거 라이딩도 즐길 수 있다. 과거 코코넛 농장이던 팜 호텔 스리랑카는 고요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로, 야외 샤워 시설과 열대 모더니즘 미학을 갖춘 A 프레임 블랙 카바나 6개와 2개의 스위트룸으로 구성되어 있다.
③ HIRIKETIYA & DIKWELLA
서핑의 메카인 히리케티야와 디크웰라 두 지역의 숙박 시설은 여유가 넘치고 친환경적이다. 디크웰라의 더 정갈로우는 초가지붕 오두막과 태양열 샤워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부트 캠프 스타일로 서핑 강습을 진행한다. 히리케티야의 도츠 베이 하우스에 있는 도츠 서핑 카페 Dots Surf Cafe는 훌륭한 현지 음식을 제공하며, 작업실로도 사용할 수 있다. 깨끗하고 한적한 쿠다웰라 베이 Kudawella Bay가 내려다보이는 디크웰라 마을 근처의 코코넛 농장 안에 자리한 빌라 클라우튼 하우스 Claughton House는 넓은 해변과 셰프, 개인 바틀러가 있으며 한적한 바이브가 일품이다.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20세기 건축가 제프리 바와 Geoffrey Bawa가 설계한 이 건축물은 인도양 바람이 인피니티 풀까지 시원하게 흘러 들어온다.
④ TANGALLE & YALA
갈레에서 동쪽으로, 차로 약 1시간 거리인 탕갈레 Tangalle에 최근 문을 연 카야암 하우스는 미니멀하고 밝은 분위기인 빌라다. 스파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핫스톤 및 딥 티슈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탕갈레에서 동쪽으로 2시간 거리인 얄라 국립공원 Yala National Park 끝자락에는 와일드 코스트 텐트 로지가 있다. 거대한 28개의 돔 구조물이 바다에 바로 면해 자리 잡고 있다. 어린이 고객 전용 확장 돔도 설치되어 있다.